[W리포트]백신이 쏘아 올린 '달러 슬럼프'..."내년 20% 추락"

2020-11-20     신창식 기자
미국 달러 지폐[사진=픽사베이]

미국 달러 가치가 내년에 20%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 글로벌 경제의 성장 회복 기대감이 만발해 경기불안기에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는 달러의 슬럼프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성장세 급반등으로 달러값이 내년에 20% 추락할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 전망이 있다며 "백신이 내년 달러 슬럼프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티그룹 "내년 달러값 20% 추락"

달러는 일반적으로 위기 때 안전판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올 3월만 해도 달러는 초강세였다. 전 세계가 주식부터 국채까지 모두 다 팔아 달러 밑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백신이 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칼빈 체 시티그룹 전략가는 "백신 보급이 증시 약세장 신호를 모두 껐다"며 "이로 인해 달러는 2000년대 초중반과 유사한 길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대 초중반은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증시가 반등하던 때로 달러 가치가 추락했다. 체 전략가는 "내년에만 달러 가치가 20% 급락할 것인지를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달러값이 20% 떨어지면 2001년 이후 최대폭으로 추락하는 게 된다.

백신 접종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완화 지원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를 지긋이 누르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경제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미국 달러 자산에서 다른 경제국 자산으로 자금흐름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시티그룹은 전망했다.

달러인덱스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골드만 "내년 글로벌 성장 가속"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올 들어 4% 이상 떨어지는 사이 유로화는 6% 오르고, 호주달러화는 4%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달러 약세는 앞서 몇 년 동안 강세를 보면 제한적이다. 달러는 2014년 13%, 2015년 9% 올랐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 자산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다른 중앙은행들은 초저금리 기조를 고수하며 금리 매력을 뽐내고 기업 수익이 붐을 이뤘다.

역설적이게도 달러가 지난 10년 동안 강세를 지속한 건 잠재적인 낙폭을 키운 것이라고 자크 판들 골드만삭스 글로벌외환 리서치 본부장은 지적했다. 골드만은 무역 가중치를 둔 달러값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6%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미국 경제가 성장궤도로 복귀해도 달러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게 판들 본부장의 전망이다. 달러는 미국의 화폐이자, 세계 최대 기축통화로서 세계 경제를 대변하는 '바로미터'(기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성장이 일어나면 달러는 내리고 침체가 심해지면 달러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판들은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좇아 미국을 떠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 때의 안전자산으로부터 탈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재정부양 축소에 회복 중단 가능성도

모건스탠리는 내년 달러인덱스가 4% 떨어지는 동안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호주 통화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로, 브라질 헤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러시아 루블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위험자산의 랠리, 달러 약세, 성장에 민감한 통화의 강세가 이어질 완벽한 환경에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며 새로운 봉쇄조치가 잇따르며 경제 회복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글로벌FX전략 본부장은 "연말까지 달러 강세를 견지한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 역시 미국의 재정부양 규모가 예상보다 축소되면 위험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며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백신의 낙관적 임상효능이 안전자산의 매력을 낮출 것이라고 판들 골드만삭스 본부장은 예상했다. 그는 "백신 관련 소식은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기에 충분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