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루이비통 회장도 '천억만장자'..."세계경제 시스템 망가졌다"

코로나백신 기대에 주가 급등 억만장자들 함박웃음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등 팬데믹 수혜주는 폭락

2020-11-10     김신회 기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루이비통' 브랜드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기업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천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순자산이 1000억달러(약 111조6600억원) 이상인 천억만장자 클럽 일원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5명으로 늘었다. 

눈에 띄는 건 천억만장자 가운데 아르노 회장만 유일하게 정보기술(IT)업계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IT업계 거물들은 기술주가 팬데믹 사태로 대폭락했던 글로벌 증시의 급반등을 주도하면서 재산을 대거 늘릴 수 있었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이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에 급등하면서 아르노 회장이 천억만장자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이날 코로나19 백신이 3차 임상시험에서 90%가 넘는 예방효과를 보였고, 그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된다고 밝혔다.

덕분에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2.95% 올랐다. 장중에는 한때 상승폭이 5.7%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도 장중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1.17% 뛰었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3% 내렸다.  

유럽 주요 증시도 날았다. 영국 FTSE100지수는 4.67%, 독일 DAX지수 4.94%, 프랑스 CAC40지수는 7.57% 상승했다.

LVMH 주가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전날보다 7.66% 올랐다. 이 회사 주가 추이(유로)[자료=야후파이낸스] 

블룸버그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천억만장자가 5명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수에 포함된 500명(순자산 10억달러 이상)의 총 재산이 이날 증시 급등으로 680억달러 불어났다고 전했다.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폭락했던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꾸준히 부를 늘렸다. 이들이 지난 1월 이후 추가로 쌓아올린 재산은 1조2000억달러로 21% 늘었다. 

전문가들은 2년 전만해도 베이조스뿐이던 천억만장자가 팬데믹 사태 속에 5명으로 늘어나는 등 억만장자들의 부가 급팽창한 건 좋은 조짐이 아니라고 본다. 극단적인 양극화 사태를 반영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의 척 콜린스 불평등·공익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망가진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억만장자들 가운데 이날 하루 동안 재산을 가장 많이 늘린 이는 '자라' 브랜드로 유명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다. 코로나19 백신에 힘입어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회사 주가를 띄어 올리면서 오르테가의 순자산이 76억달러 늘었다. 

오르테가 회장은 한때 세계 2위 갑부 자리를 꿰찼지만, 소매업종이 팬데믹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순위가 10위권 밖(이날 현재 13위)으로 밀려났다. 그는 이날 올해 잃은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만회했다.

아르노 회장이 이날 IT업계 거물 일색이던 천억만장자 클럽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주가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17.37% 내렸다. 이 회사 주가 추이(달러)[자료=야후파이낸스]

억만장자들이 이날 모두 운이 좋았던 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팬데믹 수혜주들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언택트(비접촉) 바람에 승승장구했던 화상회의 플랫폼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주가가 이날 17% 넘게 추락하면서 에릭 위안 CEO의 순자산은 51억달러(21%) 쪼그라들었다. 

팬데믹 사태에 따른 홈트레이닝 열풍에 힘입어 올해 처음 억만장자 대열에 끼게 된 존 폴리 펠로턴인터랙티브 창업자의 재산은 3억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