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씨티·바클레이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안 끝났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은 낮아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정책 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통화재팽창(정책)이라고도 한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금융시장에서 경기반등과 물가상승 등 리플레이션을 전제로 한 거래를 말한다. 지난 3월 치른 미국 대선과 의회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로 대규모 재정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배경이 됐다. '블루웨이브 트레이드'라고도 한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국채 투매를 일으켜 국채 금리를 띄어 올리고, 주식 투자 수요는 끌어올렸다. 증시 자금은 특히 고평가된 성장주에서 저평가된 가치주로 이동했다.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해온 기술주가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다.
선거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블루웨이브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대규모 재정부양이 실현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청산 조짐이 나타났다. 뉴욕증시에서 대표적인 성장주인 기술주가 랠리를 펼치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락한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대형은행인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아직 살아 있다고 본다.
◇씨티 "통화부양 확대가 리플레이션 주도"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전날 낸 투자노트에서 민주당의 상원 장악 실패는 추가 재정부양 규모가 예상보다 줄기 쉽다는 걸 의미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부양 확대로 이를 만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견에서 양적완화(자산매입)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결국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인플레이션 스왑(목표 금리 2.40%) 투자를 권했다. 인플레이션 스왑 금리는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 이날은 2.13%, 선거 전 올해 고점은 2.20%였다.
이 은행은 또 달러 매수 베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신흥국 주식과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에 더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 "국채금리 반등 가치주 수혜"
바클레이스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락세에서 반등하면 가치주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역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얘기다. 바클레이스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완전히 청산되지 않고, 완만해질 것"이라며 개선되고 있는 경제지표,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 억눌린 수요, 통화부양에 더 적극적인 연준과 달러 약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스는 증시에서는 국채 금리와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는 가치주와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광산, 유틸리티, 금융 관련주는 물론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술주에 대해서도 비중확대를 권한 게 눈에 띈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에 "경제환경이 내년에 정상화하고, 꼬리위험이 감소하면 성장주 승자와 가치주 패자 사이의 극단적인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썼다.
꼬리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실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이 불가피한 잠재적인 불안요인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