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금소법 불만(?)…'호갱 신화' 깨기 싫은 금융권

2020-11-03     이명헌 기자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두고 금융권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규제란 게 금융권의 주장이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설명 의무 등이 강화돼 현장에서의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부담도 커질 게 당연하다. 자칫 잘못하면 계약 철회로 돈을 돌려주고 징벌적 과징금도 물어야 할 위험도 있다. 마찬가지로 비용과 관리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이로 인해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금융회사가 걱정하는 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공감은 되지 않는다. 그동안 드러난 금융권의 태도를 보면 그렇다.

최근의 사모펀드 문제와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대란을 비롯해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본 사례는 지속됐다. 이를 포함해 근래 10여년 동안 피해 규모가 크고 대상자가 많아 소위 '사태'로 불리는 것만 대강 추려도 4~5건은 된다.

어쩌다 한두번은 실수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구조적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증명할 뿐이다. 게다가 금소법에 대한 불평은 노력할 의지도 없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러 번의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각각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금융회사가 실적을 내기 위해 소비자에게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같다.

어쩌면 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이용해 애써 위험을 외면하도록 유도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수 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원금 손실 가능성 제로' 등과 같은 말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계열사의 상품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일은 여전히 벌어진다. 직원이 개인적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일상적으로 문제가 된 상품 판매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소비자가 보상을 제대로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과 규정의 이해도 면에서 훨씬 앞선 금융회사가 교묘하게 잘 피해 나가기 때문이다. '고객의 서명이 있지 않으냐'가 대표적이다.

사태가 벌어진 뒤에도 성심을 다해 피해복구에 나서거나 사과를 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가 생긴 뒤 금융회사가 져야 할 책임은 크지 않고 금융소비자는 부동산이 아니라면 자산증식을 위해 금융회사를 찾을 수밖에 없어서다.

불법 영업으로 내야 할 벌금보다 수입이 많다면 정상·합법 영업을 위해 노력하거나 불편한 절차를 지킬 필요가 없는 게 당연하다.

금소법이 시행을 앞두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준비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는 게 금융권의 생각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사태가 잠잠해질 때쯤이면 새로운 사태가 터진다.

언제 어디서나 문제를 많이 일으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통제와 규제가 이뤄지고 모범이 될만한 대상은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상식이다. 금융권은 누가 봐도 전자에 해당한다. 규제에 불만을 갖기 전에 통렬한 자기반성과 환골탈태가 먼저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