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차이나]中 야심찬 발전 로드맵 공개…쌍순환·기술자립, 美 두렵지 않다

중국 19기 5중전회 29일 폐막, 14차 5개년 계획, 15년 장기목표 제시

2020-10-30     김근정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사진=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내수와 기술 자립을 바탕으로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원대한 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국이 여전히 아주 중요한 발전 단계에 있다는 전제 아래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하고 향후 5년, 나아가 15년의 노력을 통해 중국의 경제 실력, 과학기술 능력, 종합국력을 크게 키워 경제총량은 물론 1인당 평균 소득이 새로운 단계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포부다. 

중국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9기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향후 5년간 발전 로드맵인 '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내수확대를 골자로 하는 '쌍순환(이중순환) 모델'과 기술자립을 강조,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을 목표로 전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잠재력' 강조한 14차 5개년 

이번 5중 전회에서 제시한 향후 5년 간의 중국 경제발전 주요 목표로는 △경제 발전 새로운 성과 확보 △질적 효익의 뚜렷한 제고를 바탕으로 한 실물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 실현 △성장 잠재력의 충분한 발휘 △내수 시장 확대 △경제 구조 고도화 △혁신능력의 뚜렷한 제고 △산업 인프라 고도화 △산업체인 현대화 수준의 뚜렷한 제고 △농업 인프라 공고화 △도농 지역 조화 발전 강화 △현대화 경제 건설의 중대 진전 등이다. 

이번 규획이 과거와 다른 점은 경제 성장률과 관련한 명확한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고 '성장 잠재력의 충분한 발휘'라는 표현만 썼다는 점이다. 이는 이례적인 일로 중국은 13차 5개년 때는 '경제의 중·고속 성장' 지속이라는 문구와 함께 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했다. 12차 5개년 당시의 성장률 목표는 7%였다.  

그렇다고 중국 당국이 성장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옌성(張燕生)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 연구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4차 5개년 기간은 중국 경제가 고도 질적성장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로 혁신과 조화, 친환경, 개방, 공유라는 신발전 이념을 실현해야 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성장률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어느 정도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뤄야만 주민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가 확대돼 다시 성장을 이끌 수 있기 때문으로 중국의 원대한 포부 실현을 위해서라도 성장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공개는 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잠정 목표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5~6% 사이일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류스진(劉世錦)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 연구팀은 2020~2025년 중국 경제의 잠재적 성장률이 기본적으로 6% 이하, 5~6%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연구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중·고속 성장 단계 진입에 속도가 붙었다"라면서 "14차 5개년 기간 중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이 5.0~5.5% 구간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펑쉬밍(馮煦明) 중국 사회과학원 재정전략연구원 종합경제연구부 부주임은 14차 5개년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5.5~6.0%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은 성장률 6.1%를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가 2분기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3분기 4.9%까지 회복한 상태다. 

◇미국 견제, 기술 자력갱생 강조

이번 5중전회에서는 과학기술 혁신을 크게 강조했다. 회의는 혁신을 계속 중국 현대화 건설 구도의 핵심으로 두고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국가 발전의 전략적 기반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는 물론 화웨이 등 하이테크 기업을 볼모로 중국을 압박한 것이 기술자립을 선택한 배경으로 꼽인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이 결국 중국에 모기업을 둔 틱톡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기술자립을 강조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를 이겨낼 기술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 등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과 이어지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외 시장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가하고 중국의 수출.투자 중심의 성장 전략이 이제 더 이상은 예전 같은 힘을 낼 수 없다는 현실도 기술 자립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기술 자립을 이루는 것은 대국이 일어설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라면서 "만약에 기술을 필요한 것만 받아 들이고 대충 흉내내며 돈을 주고 이용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대국은 절대 민족을 바탕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순환' 내수 확대, 중산층 늘리자

이 외에 쌍순환 발전 모델도 14차 5개년 규획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쌍순환은 '내수'를 중심으로 한 고리와 '글로벌 시장'이라는 고리를 연결한 선순환 발전을 이루겠다는 개념이다. 기본적으로는 일단 내수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의는 "강대한 내수 시장을 형성하고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하겠다"며 내수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장 연구원은 "쌍순환 발전의 바탕은 내수 확대로 이는 주민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미"라면서 "개인 주머니의 돈을 끄집어 내는 동시에 주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투자 수요가 늘고 도시 교통시설 등 인프라 건설 등에 속도가 붙음은 물론 관련 당국이 관세 인하, 수입의 다양화에도 더욱 힘을 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외에 공급 측 개혁의 지속적 추진, 공급과 수요 조화 모색, 제품 품질 향상 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소비 확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주민소득을 꼽을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민소득과 관련해 1인당 GDP를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중산층을 대폭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펑 부주임은 "지난해 중국 1인당 GDP가 1만달러에 달했고 14차 5개년 기간에는 고소득 국가 진입 문턱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 "2035년에는 중진국 수준에 도달해 체코, 그리스 등 국가의 1인당 GDP에 근접하거나 이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의 현재 중산층은 4억명 정도다. 일부 기관에서는 중국 증산층 인구가 매년 7.2%씩 증가하면 10년 후에는 지금의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정도 증가세가 이어지면 향후 10년간 중국 경제 성장률이 매년 평균 0.5%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