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누가'보다 '언제'...美대선 '연장전' 어디로

2020-10-29     김신회 기자
미국 대선 우편투표 분류작업[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결과가 투표일(11월 3일)보다 길게는 몇 주 뒤에나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연장전'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당장 누가 이길지보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사전투표 역대 최대

미국 플로리다대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현재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약 710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나 되는 약 4800만명이 우편투표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주에서도 우편투표가 급증했다. 위스콘신주의 우편투표자 수는 2016년 대선 때보다 5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우편투표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마다 다른 투개표 제도...10개주 안팎 결과 '오리무중'

미국 대선투표는 3일 오후 7~9시에 끝난다. 주마다 시간차가 나지만, 전체 50개주 가운데 민주·공화 양당에 대한 지지성향이 뚜렷한 35개주와 워싱턴DC에서는 투표 종료 후 머지않아 대세가 갈리는 게 보통이다. 

주목할 건 미국에서는 주마다 투개표 제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전미 주의회연맹(NCSL)에 따르면 격전, 경합이 예상되는 15개주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로조나 등 5개주는 11월 3일 전에 사전투표 결과를 집계를 시작한다. 비교적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다.

반면 미시간, 위스콘신, 펜셀베이니아를 비롯한 나머지 10개주에서는 원칙적으로 선거 당일인 11월 3일까지 서전투표 결과를 집계할 수 없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평소처럼 3일 밤부터 4일 새벽 사이에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우편투표 유효성을 가르는 기준도 지역마다 다르다. 보통은 투표일까지 도착하는 우편만 유효성을 인정받는다. 다만 15개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 등 6개주는 우편투표 소인이 투표일인 11월 3일자라면, 최대 같은 달 13일까지 도착하는 우편물까지 인정한다. 선거일 이후 도착분이 많을 수록 개표 작업이 지연되기 쉽다.

◇'붉은 신기루' 트럼프 일방적인 승리선언 가능성도

미국 대통령은 '선거인단 승자독식' 구조를 통해 간접 선출한다. 주별로 모두 538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다. 대부분의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된다. 

지금까지는 개표 후 미국 언론들의 보도 등으로 어느 한 쪽의 선거인단 과반수 획득이 확실해지면 상대 후보가 패배를 선언하는 게 보통이었다. 

문제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뒤처진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태세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미국 대법원에서 승패를 가리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가 지난달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 대법관 후임을 서둘러 지명한 것도 대선 관련 법정공방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낙점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순회 항소법원 판사는 지난 28일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파가 절대우위를 점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2000년 대선 때도 플로리다에서 불과 537표 차이를 둘러싼 시비가 벌어졌다.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투표일로부터 37일이 지난 뒤에야 조지 W 부시(아들 부시)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에 많이 몰렸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표 초기 트럼프가 우세해 보이는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이 일어나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고 우편투표 개표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빨강은 공화당의 상징색이다. 

미국 민주당계 싱크탱크 호크피시(Hawkfish)의 조시 멘덴슨 최고경영자(CEO)는 '붉은 신기루' 현상에 따른 트럼프의 일방적인 승리 선언 가능성을 우려하며, 그가 우편투표를 부정의 온상이라고 비판해온 게 결국 레드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짚었다.

이 경우 바이든 측이 우편투표 개표를 계속하기 위해 소송에 나서면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