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길 따라 걷는 신동빈 장남 신유열…日 롯데서 '경영수업' 시작

日 롯데홀딩스 산하 제과업체 ㈜롯데 입사해 근무 한일 롯데 원톱체제 굳힌 신동빈, 3세 경영권 승계 준비 신유열, 지분·국적·병역문제·언어 등은 풀어야할 숙제

2020-10-21     신준석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34).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유열(34) 씨가 최근 일본 롯데 계열사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에 나섰다. 롯데가(家)의 유력 3세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신 씨는 신 회장의 젊은 시절 행보를 그대로 밟으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 씨는 올 상반기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제과업체 ㈜롯데에 입사해 근무중이다. 입사 시기, 직책, 업무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사급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신 씨의 행보가 아버지 신 회장과 같다는 점이다. 신씨는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 근무했다.

신 회장 역시 일본에서 대학(아오야마 가쿠인대)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받았다. 노무라증권 런던지점과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노무라증권 퇴사 이후 일본 롯데상사 이사로 입사하며 그룹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던 때가 34세로 신 씨의 현재 나이와 동일하다.

신 씨가 아버지와 매우 흡사한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한국 롯데 경영에도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까지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법인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아온 만큼 호텔롯데 등 상장 과정을 담당할 가능성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2016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긴자 매장 개점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맨 오른쪽), 아들 유열 씨와 며느리(붉은 원). 사진=연합뉴스

신 회장은 일본과 한국 이중국적 상태에서 일본 국적을 포기했지만 신 씨는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국적 회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역 관련 이슈 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병역 의무가 없어지는 38세 이후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 롯데 경영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회장 역시 당시 병역 면제 규정인 만 40세를 지나 41세에 일본 국적을 포기한 뒤 다음 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분석으로 비춰볼 때 신 씨가 한국 롯데 경영에 전면 나서는 시점은 2024년으로 예상된다.

신 씨가 한일 양국 롯데 계열사에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은 향후 풀어야 할 현안으로 존재한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탓에 신 씨의 한국어 구사 능력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도 국내 정서상 해결해야할 부분으로 보여진다.

재계에서는 롯데 오너가 재판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고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원톱체제를 확고히 갖추면서 3세 경영 체제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신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때와 비슷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변화와 쇄신을 통해 그룹 장악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신씨의 국적, 병역, 지분 등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