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길 따라 걷는 신동빈 장남 신유열…日 롯데서 '경영수업' 시작
日 롯데홀딩스 산하 제과업체 ㈜롯데 입사해 근무 한일 롯데 원톱체제 굳힌 신동빈, 3세 경영권 승계 준비 신유열, 지분·국적·병역문제·언어 등은 풀어야할 숙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유열(34) 씨가 최근 일본 롯데 계열사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에 나섰다. 롯데가(家)의 유력 3세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신 씨는 신 회장의 젊은 시절 행보를 그대로 밟으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 씨는 올 상반기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제과업체 ㈜롯데에 입사해 근무중이다. 입사 시기, 직책, 업무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사급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신 씨의 행보가 아버지 신 회장과 같다는 점이다. 신씨는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 근무했다.
신 회장 역시 일본에서 대학(아오야마 가쿠인대)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받았다. 노무라증권 런던지점과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노무라증권 퇴사 이후 일본 롯데상사 이사로 입사하며 그룹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던 때가 34세로 신 씨의 현재 나이와 동일하다.
신 씨가 아버지와 매우 흡사한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한국 롯데 경영에도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까지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법인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아온 만큼 호텔롯데 등 상장 과정을 담당할 가능성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신 회장은 일본과 한국 이중국적 상태에서 일본 국적을 포기했지만 신 씨는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국적 회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역 관련 이슈 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병역 의무가 없어지는 38세 이후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 롯데 경영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회장 역시 당시 병역 면제 규정인 만 40세를 지나 41세에 일본 국적을 포기한 뒤 다음 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러한 분석으로 비춰볼 때 신 씨가 한국 롯데 경영에 전면 나서는 시점은 2024년으로 예상된다.
신 씨가 한일 양국 롯데 계열사에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은 향후 풀어야 할 현안으로 존재한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탓에 신 씨의 한국어 구사 능력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도 국내 정서상 해결해야할 부분으로 보여진다.
재계에서는 롯데 오너가 재판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고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원톱체제를 확고히 갖추면서 3세 경영 체제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신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때와 비슷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이후 변화와 쇄신을 통해 그룹 장악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신씨의 국적, 병역, 지분 등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