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美국채 투매 이제 시작"...자본시장 흔드는 '금리불안'

2020-10-09     김신회 기자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사진=AP·연합뉴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국채시장에 투매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 이 추세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미국 장기 국채시장의 투매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견해라고 보도했다.

◇美장기국채 금리 10월 들어 급등세

20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은 지난 3월 이후 한동안 잠이 든 듯 고요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제로금리 기조로 회귀하고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자산매입)를 재개한 뒤부터다.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나타내는 ICE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이동지수는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렀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수익률)는 6월에 잠깐 오름세가 돋보인 걸 빼면 0.6% 안팎에서 움직였다.

10월 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최근 0.8%에 육박하며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 투매 압력에 국채 가격이 그만큼 내렸다는 얘기다.

헤지펀드 테크메리언캐피털매니저먼트의 재커리 스콰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될 때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에 가까웠다며, 몇 개월 안에 그 수준에 돌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스콰이어는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고, 통화·재정당국의 공조도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회복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북돋는 재료들인 만큼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FRED]

◇대선 이후 추가 재정부양 기대감 반영 

다음달 3일 치르는 미국 대선과 의회선거도 미국 장기 국채에 투매 압력을 더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물론이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재정부양을 벼르고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규모가 큰 재정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타노스 바르다스 누버거버먼 투자등급 채권 글로벌 공동 책임자는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한 건 민주당의 선거 압승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년 안에 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다음달 3일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100명 정원인 상원의 3분의 1, 하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의회선거도 치른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을,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이번에 모든 선거를 휩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FT가 종합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현재 지지율 51.4%로 42.2%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다. 

미국 대선 '족집게'로 유명한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의 분석으로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지난주 61%에서 이날 68%로 높아졌다.

패러빈 코러패티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금리 전략가는 민주당이 재정지출 물꼬를 트고 백신이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2025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다.

◇모건스탠리, '금리불안' 증시 충격 우려도

모건스탠리는 국채 금리의 갑작스러운 상승이 시장, 특히 주식시장을 놀래킬 수 있는 금리불안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주식 투자전략가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지난 3월 이후 증시 랠리를 주도해온 성장주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들 기업의 미래 현금 흐름 가치를 낮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주와 금융주를 비롯해 경기회복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경기민감주들은 국채 금리 상승 환경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윌슨은 국채 금리 상승이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증시 선도 종목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신속한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금리불안에 대응할 태세다.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불안정한 금리 상승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방침에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준이 월간 8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자체보다 장기 국채 매입 규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OT)를 통해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다. TD 증권은 연준이 빠르면 오는 12월에 OT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