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제로금리' 2023년 말까지"...美연준, 금리인상 조건 3가지는? 

2020-09-17     김신회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동영상=미국 연방준비제도 유튜브 계정]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023년 말까지 제로(0)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충격에서 전보다 나은 회복세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균일하지 않아 장기적인 통화부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마이너스금리' 논외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재개한 양적완화(자산매입) 프로그램도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매달 80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와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제로금리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쏠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회의 연설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제로금리 기조를 당분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물가상승률이 기존 목표치인 2%를 일시적으로 넘겨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시장에서는 제로금리 기조가 수년에 걸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제로금리 기조 유지 방침을 좀 더 구체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로 실현됐다. FOMC 위원 17명 전원이 적어도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서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16명은 2022년 말까지, 13명은 2023년 말까지 제로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거론한 위원은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정책 전망을 담은 점도표[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포워드가이던스 강화...금리인상 조건 3가지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금리정책 향방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도 분명히 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위원회(FOMC)는 최대 고용과 장기적으로 2%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달성을 추구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이 장기 목표를 밑돌면, 장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평균 2%가 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2%에 잘 정착하도록 한동안 2%를 완만하게 웃도는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이런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제로금리 기조를 사실상 장기간 유지하는 정책을 공식 표명한 것이다. 제로금리를 정당화하는 조건을 보다 명확히 한 셈이다. 정리하면 ①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회복되고 ②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되 ③한동안 2%를 완만하게 웃도는 수준이 될 때까지는 제로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률 추이[자료=FRED]

연준은 그동안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물가안정 목표로 삼아왔다. 물가안정은 완전고용 달성과 함께 연준의 이중책무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연준이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지 않아도 예방적 금리인상을 단행해왔다는 점이다. 연준이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도 물가상승률은 0.4%에 불과했다. 연준이 이번에 포워드가이던스를 강화하면서 갑작스러운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통해 선제적 금리인상 전략을 포기한 데 대해 "일련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친 우리의 강력한 약속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공하는 강력한 정책 가이던스(포워드가이던스)는 경기회복의 여러 가능한 경로에서 목표 달성을 촉진해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경기전망[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경기전망 개선...내년 이후 성장률 전망은 하향

연준이 제로금리 장기화 방침을 표명했지만, 단기적인 경기전망은 전보다 나아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활동과 고용이 최근 몇개월 새 회복되고 있지만, 연초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준이 지난 6월에 이어 이날 낸 경제전망에도 전보다 낙관적인 견해가 반영됐다. FOMC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중간값)는 -3.7%로 지난 6월 -6.5%보다 높아졌다. 다만 내년과 내후년 전망치는 각각 5.0%에서 4.0%, 3.5%에서 3.0%로 낮췄다. 이번에 처음 낸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실업률 전망치는 일제히 개선됐다. 올해 7.6%(6월 전망치 9.3%), 내년 5.5%(6.5%), 2022년 4.6%(5.5%), 2023년 4.0% 등이다. 

연준이 물가상승률 기준으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1.5%(1.0%), 내년 1.7%(1.5%), 2022년 1.8%(1.7%), 2023년 2.0%다. 

한편 이날 FOMC 결정에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캐플런 총재는 시장이 이미 초저금리 정책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포워드가이던스를 더 구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기전망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려 유연성을 더 확보하자는 의견이었다.

카시카리 총재 또한 포워드가이던스가 보다 간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