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꼬리가 개를 흔들었다?"...뉴욕 옵션시장에서 무슨 일?
한국계 일본인 투자거물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가 미국 뉴욕증시의 8월 한여름을 테크랠리로 뜨겁게 달군 '나스닥 고래'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경제외신들에 따르면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최근 한 달 동안 수 십억 달러의 콜옵션을 매입했는데, 주로 대형 IT종목이었다.
WSJ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동안 매입한 개별 테크종목의 콜옵션은 40억달러 정도다. 콜옵션에 노출된 기술주의 가치는 500억달러 정도라고 WSJ 소식통은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사들인 콜옵션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테슬라 등 대형 IT종목들이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거래일 동안 나스닥은 6% 넘게 빠지며 추락했다. 크게 부풀었던 미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갑자기 빠지면서 시장에서는 손정의의 막대한 콜옵션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FT가 손정의의 기술주 콜옵션 베팅과 나스닥 급등락에 대해 질문과 답변식으로 정리한 것을 추려봤다.
1. 옵션이 뭐길래?
주식옵션은 향후 미래 특정 시점에 해당 주식을 현 주가보다 높게 혹은 낮게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콜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은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고 풋옵션은 주가가 내리면 돈을 버는 구조다.
원래 옵션은 손실을 헤지(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과 같은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그 거래규모가 늘면서 투기 목적으로 이용되며 손실과 수익이 극단으로 치닫기로 악명이 높다.
옵션 매수자는 계약을 위해 소액을 지불하는데, 해당 주식의 급등락에 따른 피해와 수익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 최근 옵션거래가 얼마나 이상해졌나?
주식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증시 전반이 급락하는 경우에 대비해 보험처럼 풋옵션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뉴욕 증시에서 초대형 기술종목들의 경우 풋옵션보다 콜옵션 매수가 훨씬 많았다.
특히 애플과 테슬라의 콜옵션 매수가 두드러지면 투기열이 포착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애플의 콜옵션 대비 풋옵션 비중은 최소 10년 만에 최저였고 테슬라의 경우 4년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
시타델증권의 데이비드 실버 기관주식파생상품 본부장은 "특히 초대형 IT 종목들의 경우 옵션 매수가 매도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3. 누가 옵션시장으로 몰렸나?
개인투자자(개미)과 대형 펀드들이 합세해 기술주의 콜옵션이라는 시류에 올라 탔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로 확인된 '나스닥 고래'가 콜옵션을 대거 사들였고 개미들이 시류에 편승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미 기술주 랠리에 재미를 본 펀드들은 포트폴리오에서 레버리지를 더 일으켜 수익을 재생산했고, 개미들은 '로빈후드'와 같은 무료증권거래앱을 통해 빅테크 랠리에 올라탔다.
악사투자고문의 크리스 이고 최고투자책임자는 "늘어난 개미들과 옵션거래의 급증이 최근 몇 주 동안 (옵션)시장의 투기적 본성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4. 옵션이 어떻게 뉴욕증시 전반에 영향을 끼쳤나?
막대한 콜옵션 매수가 시장의 자산 재분배를 촉발했고 테크주를 위험할 정도 높여놨다고 FT는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간체이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대형 은행들을 포함한 딜러들이 옵션과 주식시장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됐다. 옵션을 파는 딜러들은 향후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옵션으로 수익이 나면 옵션을 보유한 이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헤지하려고 딜러들은 해당 옵션의 주식을 매수 혹은 매각한다. 그래야 주가 상승 혹은 하락에 따라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딜러들의 주식 매수로 애플, 테슬라와 같은 대형 IT주들의 주가는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나스닥이 5% 급락하기 하루 전인 2일 옵션시장에서 변동성 폭발이 예고됐다. '나스닥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나스닥100 변동성지수'가 급등하며 'S&P500 변동성지수'간 차이는 16년 만에 가장 컸다.
5.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테슬라, 애플과 같은 종목들의 콜옵션 가격이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해당 주가의 급락 뿐 아니라 뉴욕 증시 전체를 강하게 끌어 내렸다. 테크 매도세가 휘몰아치면서 나스닥100지수가 3월 저점 이후 상승분이 62% 가까이 사라지기도 했다.
한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옵션 규모를 볼 때 뉴욕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 FT는 전망했다.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며 테크주들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FT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소동이 가라 앉으면 변동성 트레이더들이 동원돼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