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美틱톡 인수전 '복병' 월마트...MS와 손잡은 이유는?

2020-08-28     김태연 기자
[사진=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가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 미국 사업부문 인수전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틱톡 미국 사업부 인수를 추진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라클의 공세에 맞서 월마트와 손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월마트르 파트너로 얻은 MS와 오라클은 이미 틱톡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 거래는 빠르면 이번주 중에 이뤄질 전망이다. MS가 인수 경쟁에서 승리하면 월마트도 함께 바이트댄스에서 분리되는 틱톡의 지분을 갖게 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MS와 오라클이 관련 언급을 피했지만, 월마트는 이메일을 통해 틱톡 인수를 위해 MS와 손을 잡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월마트가 MS의 틱톡 인수에 힘을 보태고 나선 건 전자상거래 기반과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광고 자회사(월마트 미디어그룹)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S와 월마트는 이미 '공공의 적'인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해 클라우드 앱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NBC는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월마트가 MS와 손 잡기 전에 틱톡 인수를 위해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컨소시엄에 참여했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특히 틱톡의 전자상거래, 전자결제 부문을 독점하는 지배주주가 되길 바랐는데, 정보 보안을 위해서는 기술기업이 인수를 주도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 때문에 최근 MS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틱톡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45일 시한으로 틱톡은 물론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메신저 앱 위챗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냈고, 지난 14일에는 바이트댄스에 동영상틱톡 미국 사업부문 자산을 90일 안에 매각하라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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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MS가 틱톡을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월마트가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MS의 틱톡 인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월마트가 MS와 손을 잡은 건 성공적인 틱톡 인수를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이라며, MS야 말로 유일하고 진정한 '백기사'라고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CNBC에 공화당 지지율이 우세한 주에서 기반이 탄탄하고 사용자 기반이 넓은 월마트는 정치적으로, 재무적으로 얘기가 되는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틱톡 인수에 공을 들이는 건 이 앱이 소비자 기반을 넓혀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아마존과 맞서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틱톡을 열심히 사용하는 인구는 월간 1억명이나 된다. 2018년 1월 이후 80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월마트의 미국 간판기업 이미지는 틱톡을 둘러싼 중국 관련 정치 논쟁에서 월마트에 유리하다. 웨드부시의 아이브스는 "정치적 배경으로 보면 틱톡은 굴러들어온 행운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틱톡은 아직 MS·월마트나 오라클의 제안 가운데 뭘 택할지 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48시간 내에 200억~300억달러(약 23조7000억~35조6000억원) 사이에서 결정지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귀띔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부 가격으로 약 300억달러를 원하지만, 인수를 노리는 쪽에서는 이만한 가격을 치를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 헐리우드 매체인 더랩(The Wrap)은 오라클이 틱톡 인수 대금으로 현금·주식 등 200억달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MS 측이 얼마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월가 은행권과 애널리스트들은 틱톡 미국 사업부 가치를 200억~500억달러로 본다. 틱톡의 전체 사업에서 미국 사업부문만 따로 떼놓고 보기가 어려운 탓에 가격을 매기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최종 거래성사 여부를 두고 볼 일이다.

MS를 보는 미국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중 초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전날 폭스뉴스에 나와 MS와 오라클을 거론하며, 국가안보 관점에서 MS가 중국에 남긴 커다란 족적을 문제삼았다. 그는 전에도 MS가 중국이 인터넷 방화벽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중국에서 사업하는 회사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반면 오라클에 대해서는 제 사업과 중국 사이에 방화벽을 세웠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