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리포트-부자의 속살]팬데믹이 바꾼 사치의 기준..."가족이 최우선"

시민권·주문형 헬스케어 등 무형자산 수요 늘어 "'사치가 뭐냐' 갑부들 태도 변화 가족 우선시" 서울, '글로벌 럭셔리 도시 지수' 8위...뉴욕 1위

2020-08-21     김태연 기자

부자들은 선망과 시기의 대상이다. 부자를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금수저'들은 부자들에 대한 시선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목할 건 세계적인 갑부들 가운데 다수가 자수성가형이고, 이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부자 지형과 부자들의 이야기를 [부자의 속살]에서 만나보시라.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갑부들의 사치 성향마저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추가 여권과 시민권, 주문형 헬스케어 서비스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팬데믹 공포에 직면한 갑부들이 결국 가족을 최우선 순위로 삼게 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부자정보업체 웰스X가 20일(현지시간) 낸 '글로벌럭셔리아웃룩 2020' 보고서에 이같은 변화가 포착됐다. 순자산이 3000만달러(약 356억원)가 넘는 초고액자산가(UHNW)와 억만장자들에 대한 정보와 통찰을 제공해온 웰스X가 이들의 씀씀이에 대한 보고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웰스X는 보고서에서 팬데믹에 따른 갑부들의 소비성향 변화 가운데 무형자산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데 주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온 도전과 혼란, 손실이 부자들로 하여금 진짜 중요한 게 뭔지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면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추가 여권이나 시민권, 주문형 헬스케어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부자 전문 여행사인 시에나찰스의 재클린 시에나 인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 "사치가 뭐냐는 데 대한 갑부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그들의 최우선 순위가 자신의 가족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고급 부동산업체인 알리스테어브라운인터내셔널리얼이스테이트의 알리스테어 브라운 CEO도 보고서에 "상당히 많은 부자들이 세컨드홈 형태의 독점적인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자들이 선호하는 피난처는 영주권이나 추가 여권을 가지고 갈 수 있는 확정적인 장소로, 의료지원도 함께 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갑부들이 선호하는 유형자산의 인기도 여전했다. 자가용 제트기, 요트, 미술품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각각의 사치품을 소유한 이들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제트기 소유주들의 평균 재산은 3억4500만달러로 가장 적다. 자수성가형 비중이 71.4%에 달하고, 연령은 50~70세가 절반이 넘는다. 또 92%가 남성이다.

미술품 수집가들의 평균 재산은 4억9000만달러로 자수성가형 비중이 52%에 그쳤다. 연령대는 71세 이상이 54%로 절대적이다. 남성 비중이 78%가 넘지만, 여성 비중이 3가지 사치품 수요주 가운데 가장 높다.

요트 주인들은 평균 재산이 5억1000만달러로 가장 많다. 요트는 초갑부들 사이에서도 궁극의 사치품인 셈이다. 요트를 가진 이들 가운데도 자수성가형 비중이 64%로 높은 편이다. 50~70세가 48.7%, 71살 이상이 43.4%로 조사됐다. 남녀 성비는 9대 1 정도다. 

글로벌 럭셔리 도시 지수[자료=웰스X]

웰스X는 이번 보고서에 UHNW수, 사치품시장 규모, 사치시설(최고급 호텔·레스토랑, 카지노) 등 3가지 기준을 근거로 한 '글로벌 럭셔리 도시 지수'도 함께 냈다. 15대 도시를 꼽았는데 미국 뉴욕이 총 100점 가운데 7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일본 도쿄(67점), 홍콩(62점), 영국 런던(59점), 프랑스 파리(56점)가 5위권에 들었다. 서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40위), 싱가포르(36점)에 이어 8위(34점)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