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면세점, 인천공항 1터미널 사업 결국 포기…도미노 철수 우려
'코로나19' 직격탄에 비싼 공항 임대료 부담에 사업 지속 불가능
중견 면세업체 에스엠면세점이 연장 영업과 재입찰을 포기했다.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만료를 앞두고 연장 영업을 포기한 첫 사례다. 에스엠면세점의 이같은 선택에 다른 면세업체들이 추가 사업 철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에스엠면세점은 6일 김태훈 대표이사 명의 입장문에서 "인천공항 입·출국객 수와 현 지원정책으로는 경영악화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을 올해 8월 31일 철수한다"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면세점 사업권인 DF8 구역을 운영하는 에스엠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새 사업자 선정이 어려운 인천공항 측으로부터 계약 기간인 8월 31일 이후까지 연장 영업 요청을 받아오다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인천공항 1·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과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에스엠면세점은 지난 3월 입찰에서 1터미널 DF8, DF9구역에 입찰했다 포기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은 현 비상운영 단계를 상향조정(공항시설 일부폐쇄)하지 않아 더 이상 장기간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계약 만료에 따른 6개월분 미납 임대료 일시납부 등에 대한 추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을 재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에스엠면세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에 매몰된 정부의 임대료 정책 기조가 중견기업을 차등 지원하는 결과를 낳았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임대료 감면폭을 각각 75%, 50%로 차등 적용하는 면세업계 지원책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임대료 지원이 중소·중견기업 간 차등 지원돼 경영 어려움이 커졌다”면서 “향후 중견기업은 경영악화, 점포 철수로 이어질 것이며 이번 연장운영 및 재입찰 포기는 코로나 이후 중견 면세점 퇴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중견기업 통합 지원정책도 요청했다. 에스엠면세점은 “인천공항 상업시설 중 제한경쟁으로 진행되는 사업권은 면세 사업권이 유일하며, 제한경쟁 그룹은 중소·중견기업 간 경쟁우위가 존재하지 않다”면서 “산업 생태계 안정을 위해서는 지원 정책이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엠면세점의 철수로 다른 면세업체의 철수 도미노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인천공항 측은 지난 3월 입찰을 통해 8월로 사업권이 만료되는 1터미널 DF3·DF4(주류·담배), DF7(패션·기타) 구역의 새 사업자로 각각 호텔신라, 호텔롯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선정했다. 하지만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는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타격으로 지난 4월 사업권을 포기했다.
이에 인천공항은 재입찰보다 기존 운영업체에 면세구역을 연장 영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업체들은 임대료 대폭 삭감을 요구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인천공항 측은 현재와 같은 고정임대료 방식을, 업체들은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받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임대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9월부터는 공항 매장을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DF1(화장품·향수)과 DF5(패션·피혁) 구역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면세점도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아있지만 수백억원대의 임대료 부담으로 계약 중도 포기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외 중견 면세점인 엔타스듀티프리의 행보도 관심이다.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는 정부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면세점 임대료 감면 폭을 각각 75%, 50% 차등 적용하자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에 함께 제출한 바 있다.
면세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1터미널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대폭 감면이라는 파격 제안을 하지 않을 경우 도미노 철수가 현실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