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출신 교촌치킨 vs '삼성' 출신 bhc치킨…자존심 경쟁 한판
대기업 DNA 이식해 치킨업계 변화 주도
롯데 출신이 이끄는 교촌치킨과 삼성 출신의 bhc치킨 간 경쟁이 불 붙었다. 업계 1위 교촌치킨은 2등이 따라잡기 어려운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방안이다. 이에반해 업계 2위로 올라선 bhc치킨은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업체 간 순위 다툼 외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출신의 전문경영인인 만큼 두 사람 간 자존심 경쟁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 3692억5258만원, 영업이익 319억204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8년 대비 11.7%, 영업이익은 61.2%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10억4500만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83% 늘었다.
1년 전 취임한 소진세 회장(전 롯데그룹 사장)이 일궈낸 성과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구의 작은 치킨집에서 교촌을 일으킨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은 1년 전 "전문경영인에게 교촌의 다음 30년을 맡기겠다”고 밝힌 뒤 물러났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소 회장은 40여년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을 역임한 ‘유통의 산증인’이다.
소 회장은 취임식에서 “교촌이 가진 상생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교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에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 확립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형성 ▲상생의 가치 발전 등을 향후 경영 방향으로 내세웠다.
특히 소 회장은 '치킨사업 집중화' 전략을 펼쳤다. 교촌은 지난해 담김쌈, 숙성72 등 수익률이 저조한 가맹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계열사 '수현에프앤비'와 '케이씨웨이'를 흡수합병하는 등 '치킨 집중' 전략을 펼쳤다.
롯데식 직급체계도 이식했다. 사원에서 부장까지 이어지는 6단계 직급 체계를 담당 책임 수석 등의 3단계로 바꿨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인프라 투자도 이어졌다. 본사 인근에 약 3719㎡(1125평) 규모로 연구개발(R&D) 교육센터를 새로 개관해 가맹점주를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수도권 물류센터도 새로 구축 중이다. 사내에선 경영 효율화 작업이 빠르게 이어졌다. 생산, 재무, 인사 등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했다.
소 회장은 취임 1년을 지나 내년 교촌치킨 창업 30주년을 맞아 공격적인 신메뉴로 시장공략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기업 DNA 이식에 더욱 박차를 가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의 직접 상장을 성공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촌치킨에 롯데 출신의 소 회장이 있다면 bhc치킨에는 '삼성의 성공 DNA'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박현종 bhc치킨 회장은 2013년 bbq치킨이 더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할때 핵심 역할을 했던 책임자다. 매각 후 박 회장은 bhc로 자리를 옮겨 대표를 맡아 독자경영을 시작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bhc를 교촌에 이은 업계 2위 브랜드로 키워낸 뒤 2018년 TRG로부터 회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수많은 브랜드가 난립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6년만에 매출을 5배 이상 성장 시키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bhc치킨은 작년 매출 3186억원, 가맹점 수는 1450여개로 독자경영을 시작한 2013년과 비교해 750여개 늘었다. 가맹점 연평균 매출도 4억6000만원으로 2013년보다 3배 가량 뛰었고 7~8위를 차지했던 업계 순위도 2위로 올라섰다.
박 회장의 과감한 경영혁신과 사업 인프라 구축에 성공 비결이 있다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창업주가 경영을 하는 것이 트렌드였지만 박 회장을 필두로 기존의 비합리적인 관행을 과감히 없애고 스피드한 투명경영을 내세웠다.
박 회장은 과감한 전산 시스템 투자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해 모든 성과를 지표화 하는 등 시스템 중심의 경영 체질을 강조했다. 또 원칙과 준법 경영에 맞춰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사업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도 과감히 실행했다. 배송 차량에 법정 온도 유지를 위한 설비 투자와 위성항법장치(GPS) 부착해 배송 상황이 예측 가능하도록 했다. 최신식 물류센터 구축으로 물류 품질을 개선했다.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을 통한 비용 절감과 효율적 관리로 경쟁사보다 물류 경쟁력을 갖췄다.
2015년에는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을 단행했고 2016년에는 6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에 최신식 설비를 갖춘 푸드 공장을 신규 건설했다. 연구개발 강화는 '뿌링클', '맛초킹' 등 히트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성장의 근간이 됐다.
변화와 투자로 성장기반을 마련한 박 회장은 2017년 삼성전자 출신 임금옥 대표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해 제2의 도약에 나섰다.
박 회장과 임 사장은 가맹점과의 적극적인 스킨십 강화에 집중했다. 가맹점 현장의 소리,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지난해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지방을 순회했다.
bhc치킨은 매츨 3000억원 돌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가맹점 인프라 확대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부분육 치킨 시장에 주목, 제품 라인업 재정비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bhc는 치킨 사업에서 머물지 않고 창고43과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으로 사업영역을 성공적으로 확대해 국내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4100억원이다. 올해 53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업계가 두 전문경영인의 활약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롯데와 삼성 두 대기업 출신의 자존심 경쟁도 업계의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