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플&]신북방정책 가동…러시아發 '훈풍' 불까

2017-12-07     지현호 기자
사진제공 :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7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북방경제위는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신(新)북방정책을 주도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으로 북방경제협력정책의 기본방향과 청사진, 정책 조정자 역할 등을 총괄하게 된다. 조직 구성도 기재부, 외교부, 산업부,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5명의 정부위원과 20여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경제계는 북방경제위 출범을 기다려왔다. 미국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에 북방경제위와 같은 교두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방경제위는 다양한 사업 발굴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연결을 지원하는 역동적인 촉매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동방경제포럼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러시아 및 다른 동북아 국가들의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극동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력을 마련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 전략)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루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9개의 다리는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이다. 조선의 경우 극지이동 쇄빙능력을 갖춘 LNG 운반선 건조 및 조선소 건설사업을 제시했다. 또 쇄빙 LNG선을 북극항로에 투입하면 운송거리·비용·시간 등이 기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 만큼 북극항로 개척과 북극해 시장 선도를 제안했다. 이와 연계해 자루비노항 등 극동지역 항만 현대화 및 건설 사업 추진과 국내 기업의 참여를 시사했다. 수산의 경우 연해주 수산물복합단지 조성 및 어업쿼터 확대를 통한 수산자원 확보가 해당한다. 가스는 러시아 LNG 추가 도입 등을 통한 가스 도입선 다변화와 향후 남북러 가스관 연결이다.

철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송 활성화를 통한 물류비용 절감과 향후 TSR과 남북철도(TKR) 연결 추진을 제안했다. 당장 실현 가능한 부분은 한국 기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관 절차를 간소화와 열차 확보다. 전력은 몽골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한·중·몽·일·러간 전력을 연계·공유하는 광역전력망인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말한다. 농업은 종자개발, 재배기술 연구, 나호트카 비료공장 등 한국과 러시아 간 농업협력 확대를, 일자리는 남북럭 협력을 통한 연해주 공단 조성을 말한다.

9-BRIDGE 전략./사진제공 :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기업들은 사업성이 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도 북방경제위 출범에 맞춰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을 회장으로 한 한러기업협의회를 발족했다. 기업들은 한·러 경제협력으로 인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CJ그룹은 러시아 전역에 CGV 스크린 수를 400개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CJ대한통운은 러시아 철도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러시아 냉동식품회사에 3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현대중공업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 및 농장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현대호텔은 535억원, 연해주 영농법인은 330억원에 인수한다.

러시아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다.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에 삼성전자 공장이 있으며 현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 시장조사기관의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2011년 이후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현지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정부와 '2018년부터 러시아 생산차량 부품 현지화 비중을 확대한다'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 자동차시장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월까지 총 23만7151대를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가스회사인 노바텍과 주식 교환을 통한 전략적 투자협력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대우는 러시아 투자유치수출지원청과 MOU를 맺은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러시아 정부로부터 사할린과 북극해 가스전 투자 및 공급 확대 제안을 받았다. 최대 500만톤까지 수입규모 늘리는 방안과 현지 가스전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코트라에 따르면 한-러 교역규모는 국교수립 직후인 1992년 1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34억 달러로 112배 늘었다. 또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1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2020년까지 교역액을 300억달러 이상으로 늘릴 것을 합의, 경제협력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