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숙제 쌓인 은행권..하반기 경영전략 고심

2017-07-11     고은하 기자

시중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하반기 전략이 중요해져서다. 디지털 금융 강화, 투자은행(IB) 육성, 종합 자산관리(WM)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이달 잇따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3일 KB국민은행에 이어 오는 18일 NH농협은행, 21일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22일 우리은행의 경영전략회의가 예정돼 있다.

은행권의 하반기 경영전략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와 IB 업무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맞춰 하반기 채용 규모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디지털 사업 기반 강화와 미래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전략을 내놨다. 우선 유연하고 혁신적인 IT체계와 개인화 마케팅 체제 구축을 위한 'KB만의 위닝 샷'을 내놓기로 했다. 또 1인 경제(일코노미) 등 개인형 퇴직연금, 그룹 시너지효과 확대 및 글로벌 진출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하반기 첫 조회에서 "디지털과 모바일의 흐름은 명량해전의 무대인 울돌목의 조류처럼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의 1등 은행이 되려면 고객 중심적으로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 역량 강화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단행한 하반기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 역시 디지털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하반기 첫 조회사에서 "인터넷은행, 핀테크의 도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의 경영 환경이지만, 신한의 저력을 믿는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베트남의 성공 스토리가 글로벌 신한이 나아갈 방향"이라며 "베트남 시장을 거울삼아 '원 신한' 플랫폼을 토대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부 조직력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구 외환·구 하나은행 직원들의 인사제도가 아직 통합되지 않아 하반기 정기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금융 강화 전략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은행은 SK텔레콤과 합작한 금융 플랫폼 '핀크'를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오는 22일 대규모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민영화, 지주사 전환, 위비뱅크 개편 등이 하반기 추진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과점 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를 이뤄냈지만, 잔여지분 매각을 마쳐야 지주사 전환도 추진할 수 있다. 인증 방식 변경, 콘텐츠 추가 등 편의성을 확대한 위비 플랫폼의 네트워크 확장과 글로벌 수익 기반인 해외점포 확대도 하반기 경영전략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의 경우 '농협금융 2020 혁신 방안' 실천을 위해 세부내용을 고민하고 있다. 농협은 2020년까지 손익 1조원 이상의 국내 3대 은행 도약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대면·비대면 통합 채널 구축, 자산관리 전문상담 인력, 외부 세일즈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는 시중은행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상반기 일반직 신입 행원을 뽑지 않은 4대 시중은행은 오는 8월부터 공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채용규모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춰 줄였던 채용문을 넓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공채 규모는 전년 대비 34.7% 감소한 770명. 비대면 채널 확대 등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줄인 탓이다. 여기에 희망퇴직을 통한 감원, 점포수 축소 등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