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동네북’ 카드사..‘뭐 먹고 살라고~’

수수료 인하·부가세 대납·부실 채권 가능성·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 부담

2017-07-04     김미정 기자

카드업계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오는 8월부터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고, 부가세 대리납부제 악재까지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시중금리가 상승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실채권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까지 결제시장 및 중금리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업계 내 위기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영세·중소 가맹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은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3억원 이하로 늘어난다. 수수료율 1.3%의 중소가맹점은 연 매출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된다.

가맹점의 일반적인 수수료율은 2.5% 수준이다. 영세 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은 각각 0.8%, 1.3%의 우대 수수료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연매출 2억~3억원 신용카드 가맹점 18만8000곳이 추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전체적으로 연간 약 3500억원 안팎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경감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의 매출액을 감안할 때 체크카드 500억원을 포함, 총 40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카드사 연간 순익의 약 22%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8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8134억원이다. 1년 전보다 9.9%, 금액으론 1992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한승희 신임 국세청장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카드사를 통한 부가세 대리납부제’ 역시 업계에는 부담 요소다. 부가세 대리징수제는 카드 결제 단계에서 신용카드사가 직접 가맹점의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탈루되는 부가세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고 인력을 배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세원 노출을 꺼리는 가맹점들의 카드 결제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열 차례 가까이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단행돼 순익이 크게 감소했는데 8월부터 또다시 낮춘다니 우려된다”면서 “여기에 부가세 대리납부까지 겹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시중금리 상승 움직임도 카드업계엔 부정적인 소식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실 채권이 발생하게 되면 신용카드사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카드회사 카드대출 규모는 2013년 말 2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000억원으로 23.5%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의 저소득·저신용 취약차주 비중은 9.9%에서 11.4%로 확대됐다.

인터넷전문은행과 P2P대출업체의 약진 등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도 카드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카드론 등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 등이 낮은 대출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어서다.

현재 카드업계는 본업 외에 부수업무로의 확장에 골몰하고 해외사업 진출을 노리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혈안이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카드사들은 결국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고객에 대한 포인트, 부가서비스 등 혜택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전업 8개 카드사 CEO를 비롯해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과 진행한 비공개 오찬 간담회에서도 카드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축소해달라는 건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를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줄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가서비스만 그대로 유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면서 “정부 측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라는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