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정부는 '예의주시'..中 진출 기업들 '전전긍긍'

롯데 외 삼성·현대기아차 등도 '촉각'..韓기업 피해 보나

2017-03-02     윤경용 기자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보복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선제적으로 중국 내 115개의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마트를 겨냥한 중국 내 기업들의 보복 행위가 본격화되면서 롯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탕 제품까지 통관이 불허된 상태다. 롯데의 중국 홈페이지는 해킹으로 마비됐고, 중국의 거대 온라인 쇼핑사이트는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중국 싱크 탱크가 방한 기간 머물 롯데호텔의 예약을 취소하는 등 롯데 불매운동을 선동하는 등 비이성적인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 롯데그룹 이어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까지 마비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식품업체인 웨이룽식품은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절차에 따라 전국 롯데마트에서 철수할 것이다. 오늘 이후로 롯데와 협력하지도, 제품을 제공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민족은 결국에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쑤저우에 위치한 식품회사인 타이더우식품도 이날 성명에서 "한국 롯데와 관련된 곳에 입점한 모든 제품을 철수할 것"이라면서 "이후에 롯데그룹과 비즈니스 협력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중국 업계 2위 온라인몰인 징둥닷컴도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징둥닷컴이 "전산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8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 외교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 연구원들은 롯데호텔 숙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홍콩 명보가 밝혔다.

여기에 롯데면세점의 한국어, 중국어 등 모든 언어로 된 홈페이지가 2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약 3시간 동안 해킹 공격으로 마비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모든 PC와 모바일에서 롯데면세점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다"며 "현재 해킹 방법의 하나인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가능성이 유력하며, 현재 정확한 원인을 해당 팀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4개 언어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4개 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면세점의 하루 매출은 약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기준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이 약 6조원이고, 인터넷 매출 비중이 24%인 것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다. 따라서 이날 3시간여 인터넷 마비로 롯데면세점은 약 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사드 부지 계약이 마무리된 지난달 28일 당일부터 한동안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 역시 다운돼 접속이 불가능했다.

◇ 삼성·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대기업도 '촉각'

중국 관영 매체들은 롯데 이외에 삼성, 현대 등 한국 기업으로 불매운동을 확산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롯데뿐 아니라 한국산 자동차 및 소비재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확산해 나가겠다는 협박이 나오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은 긴장속에 상황진전을 예의주시 중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1일 사설을 통해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삼성, 현대 등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외 나머지 유명 한국 유통업체들도 중국 소비자들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 뿐 아니라 삼성, 현대차 등 특정기업을 지명하면서 불매 운동 등 보복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삼성은 현재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전 사업은 물론 부품 업체인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중국과 무역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중국 정부가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자국 차량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하는 조치를 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에 전체 판매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중국 내 불매운동이 전개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글로벌 판매량의 23%, 21.6%에 해당하는 113만대, 65만대를 각각 판매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직접적인 제재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동향을 잘 파악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이후 보복성으로 의심되는 규제가 확인되자 정부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기업들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일각에서 제기돼 우려스럽다"면서 "정부는 사드 관련 중국내 여러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