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젬백스' 임상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투자자 혼란 우려
통계적 유의성 확보 못했는데도 긍정 해석
젬백스앤카엘이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이 글로벌 임상 2상을 실패한 가운데 이를 성공으로 포장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주인 김상재 젬백스 고문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근거 부족과 왜곡된 비교로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 관계자는 "젬백스앤카엘의 GV1001 글로벌 임상 2상 실패를 사실상 성공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왜곡된 비교로 투자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재 고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GV1001 위약군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나온 것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원인"이라며 "위약군이 1년간 4.3점 악화했는데 세계 평균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는 -7.91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7.91점이 신경계 질환 분야 국제 의학저널인 자마 뉴놀로지(JAMA Neurology) 데이터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특정 연구에 한정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ADAS-cog 기준 연 -5.5~6.0점)와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4.3점 악화를 '비정상적'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다. 업계는 "위약군은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투약군이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GV1001은 펩타이드 기반 백신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약물이다. 그러나 글로벌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ADAS-cog11(알츠하이머 인지 평가 척도) 점수 변화가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해 명백한 실패로 평가된다.
임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규제기관 승인을 받은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됐다. GV1001 0.56mg군의 위약 대비 최소제곱평균(LS Mean) 차이는 -0.159(P=0.899), 1.12mg군은 0.013(P=0.992)로 두 용량 모두 통계적 유의성 기준인 P<0.05를 충족하지 못했다. 사실상 가짜약과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김 고문은 또한 GV1001 결과를 레켐비(Leqembi)와 비교하며 "레켐비 위약군의 인지 저하 폭이 GV1001 경증 환자보다 1.88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부적절한 비교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GV1001은 ADAS-cog11을 활용했고, 레켐비는 ADAS-cog14로 평가 도구 자체가 다르다. 환자군 구성, 임상 기간, 약물 기전도 전혀 달라 단순 수치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켐비는 3상 임상에서 성공해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그럼에도 김 고문이 "레켐비도 2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GV1001 실패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고문은 또 국내에서 시행된 GV1001 임상 2상은 통과한 반면 글로벌 2상 실패는 "통계적 오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가자 편차나 임상기관 간 불일치, 위약군의 도네페질 복용 가능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업계는 "구체적 증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글로벌 임상시험은 엄격한 프로토콜과 모니터링 아래 진행되며 실제 문제가 있었다면 CSR(Clinical Study Report)에 프로토콜 위반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2상은 중등증~중증 환자와 SIB 지표를 사용했고, 글로벌 2상은 경증~중등증 환자와 ADAS-cog11을 사용해 두 결과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젬백스는 조사 중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상 실패를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근거 없는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실패를 국내 결과로 희석하려는 시도는 투자자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고문은 레켐비와 비교해 GV1001이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ARIA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레켐비 등)의 기전 특성상 나타나는 부작용이며 GV1001은 기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
업계는 "당연한 차이를 경쟁 우위처럼 포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