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외국인 3조 순매도 '역대 최대'…'검은 금요일'

외인 '엑소더스'에 코스피 3%대 급락…3800선 후퇴 AI 수익성 우려·미 고용 혼조, 글로벌 악재 잇따라 반도체주 직격… 변동성 장세 속 낙폭 과대주 주목

2025-11-21     양성모 기자
코스피가 전장보다 151.59포인트(3.79%) 하락한 3853.26에 장을 마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27.99포인트(3.14%) 내린 863.95에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다시 40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이 3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때문이다. AI 수익성 우려와 9월 미국 고용보고서의 혼재된 결과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 엑소더스(대이탈)가 발생했고, 지수는 급등 하루 만에 반락했다.

◇코스피 한 달 만에 3800선 후퇴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1.59포인트(-3.79%) 급락한 3853.2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3800선 진입은 지난 10월 22일(3845.56)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6943억원, 3501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30873억원 순매도했다. 일별 외국인 순매도 3조원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5.77% 하락한 94800원, SK하이닉스는 8.76% 밀린 5210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두 종목에서만 2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급락 배경은 전날 뉴욕증시 충격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AI 수익화 우려가 재부각됐고, 9월 고용보고서는 혼조된 결과를 냈다. 여기에 리사 쿡 연준 이사의 고평가 자산 경고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이날 다우지수는 0.84% 하락한 45752.26, S&P500은 1.56% 내린 6538.76, 나스닥은 2.16% 급락한 22078.05에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77% 떨어졌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급락은 미국 기술주 하락, 연준의 매파적 발언, 주요 지표 공백이라는 삼중 악재가 겹친 영향"이라며 "리사 쿡 이사가 고평가 자산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AI 버블 논란도 다시 불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포·탐욕 지수는 4월 저점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장이 작은 이벤트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에 있어 단기 가격 조정 이후 유동성 안정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AI 수익성 논란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고평가된 반도체·2차전지를 정면으로 압박했다"고 말했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시장은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명확한 악재라기보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9월 고용보고서가 혼조된 데다, 10월 지표는 아예 발표 취소됐다"며 "최신 고용·물가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가늠할 근거가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12월에 예정된 지표 발표가 시장 정상화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동성 장세 불가피… 낙폭 과대주 매수 기회 열릴 듯

증권가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코스피의 조정은 과열 구간 이후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일부 낙폭 과대 종목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아인 연구원은 "코스피는 9~10월 3200~4200선 사이에서 30% 넘게 급등한 만큼 단기 조정 구간에 들어섰다"며 "최근 3주간 9% 조정을 겪은 만큼 단기 달러 유동성 해소 여부를 보며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장권 연구원은 "이번 랠리는 이익 기반의 상승세로, 12개월 선행 P/E가 20배지만 순이익률이 과거 대비 두 배 높아 멀티플 체급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3분기 실적 발표 후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흐름이어서 지수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많이 오른 종목들이 많이 빠지는 시기지만 낙폭이 컸던 모멘텀·성장주중심의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유명간 연구원은 그는 "이번 조정으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게 낮아졌고, 내년 실적 성장률을 감안하면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바이오, 금융, 지주업종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영역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