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캐는 고려아연㊦]'103분기 연속 흑자'…3세 경영 '최윤범 회장 체제' 견고

배터리·수소·리사이클링 '트로이카 드라이브' 본격 시동 배당 2만원·소각 1.6조…주주환원+성장투자 투트랙 가속

2025-11-20     박성대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대내외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제련 본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시장 진출과 신사업 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금속 가격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 등 3대 신사업을 미래 핵심축으로 삼고 사업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틀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와 자원순환 중심의 '그린 메탈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고려아연의 행보를 2회에 걸쳐 드려다본다.[편집자 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내달 '취임 3년'을 맞는 가운데, 회장 취임 이전부터 비전으로 제시해 왔던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이 글로벌 에너지·자원 안보 강화 기조를 바탕으로 가속화 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7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페루 광산회사 'ICM 파차파치' 총괄 사장을 지냈으며, 호주 아연제련소 자회사 '썬메탈'(SMC) 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를 비롯해 해외 법인을 돌며 현장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썬메탈 사장 재임 당시 제련소 공정 개선 등을 통해 2014년 흑자전환한 후 2018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7000만달러)을 기록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2019년 고려아연 사장직에 오른 뒤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이차전지 필수 소재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추진을 주도했다. 2020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2022년 말 회장으로 취임했다.

회장 취임 이전인 2022년 초, 창립 50주년(2024년)을 앞두고 신년사를 통해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불리는 3대 신사업을 발표했다. 3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시점,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이끌어갈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미래 동력으로, 반세기 동안 역량을 쌓아온 제련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도 부합하는 사업 분야다.

최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회장 취임 이전부터 꾸준히 준비돼 온 비전이었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2012년과 2017년 각각 온산제련소에 전자스크랩 1·2공장을 가동하면서 자원순환 사업의 첫발을 뗐다. 2017년 양극재 소재 황산니켈을 제조하는 계열사 켐코를 설립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장했으며, 2020년에는 음극재 소재 전지박(동박) 제조 사업도 시작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사진=고려아연

해외에선 호주 SMC 제련소에 2018년 현지 최대 규모인 125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해 SMC 연간 사용 전력량의 25%에 해당하는 에너지 공급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호주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전문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를 설립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외연을 확장했다.

해외 자원순환 사업은 미국 중간 지주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거점으로, 2022년 미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를, 2024년에는 스크랩 메탈 원료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을 각각 5800억원, 730억원에 인수하며 전자폐기물 기반 자원순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전략광물의 경우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를 비롯해 게르마늄, 갈륨 등 첨단산업 필수 소재의 생산 라인업을 늘려 미중 자원 전쟁 속 핵심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이같은 전략은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해 3분기 고려아연이 분기 기준 역대급 매출과 3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했다. 매출은 4조1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34억원으로 82.3% 급등했다.

1~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매출 11조8180억원, 영업이익 8034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36.8%, 33.2% 늘었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103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가며 흔들림 없는 수익 체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호실적 중심에는 전략광물과 귀금속이 있다.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시장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기업으로 회수율 향상과 판매 확대에 집중했다. 방위산업 핵심소재 안티모니의 3분기 누계 판매액은 2500억원, 디스플레이 소재 인듐은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은과 금 등 귀금속 판매도 견조해 각각 2조3000억원,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별도 기준으로도 아연·연·귀금속 가격 상승과 안정적인 판매량이 맞물리며 분기 최대 매출(2조6090억원)을 달성했다. 희소금속 가격 조정과 일회성 비용이 있었지만 영업이익률은 9%대를 유지하며 수익 기반을 굳건히 했다.

아울러 이사회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1만7500원)보다 2500원 늘린 2만원으로 확정했다. 배당 기준일은 12월 31일이며 자사주 115만9747주를 제외한 1818만3516주에 대해 약 3637억원이 배당된다. 

1조6689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주주환원 규모는 2조326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올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 204만주(발행주식의 9.85%)는 12월까지 모두 소각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전략광물과 귀금속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고 자원순환 등 신사업도 안정 궤도에 올랐다"며 "게르마늄·갈륨 생산체계를 통해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 허브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신성장 사업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