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보이스피싱 방어, 은행 넘어 통신사까지…'전 금융권 AI연합망'으로 확대
금융위, '에이스(Ace) 플랫폼' 가동…AI 탐지·무과실 배상제·가상자산 규율 등 4대 전략 제시
정부가 보이스피싱 대응 체계를 개인 주의 차원을 넘어선 '전 금융권·통신사 공동 대응망'으로 전환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서민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보이스피싱 공동 포럼'에서 AI 기반 정보공유 플랫폼 '에이스(Ace)'를 중심으로 한 4대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올해 1~9월 9806억7000만원에 달하는 가운데, 정부는 금융회사 책임 강화와 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금융안전과장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의 주의만으로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금융사·통신사·수사기관이 참여하는 AI 기반 통합 방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범시킨 '에이스(Ace)' 플랫폼은 현재 130여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피해자 계좌, 의심계좌, 해외 범죄조직 연루 계좌 등 9개 유형·90개 항목의 정보를 실시간 공유 중이다. 금융보안원은 이를 기반으로 AI 학습모형을 결합해 이상 거래를 실시간 탐지하고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그는 "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 카드, 보험 등 모든 금융권이 동일한 AI 탐지모형을 공유함으로써 탐지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한 금융회사의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사고 분담 기준'에 따라 일부 피해를 보상하고 있으나 지난 1년 반 동안 집계된 실적은 은행권 48건(1억9000만원), 제2금융권 2건(50억원)에 그친다. 김 과장은 "금융회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 피해자 보호 실효성을 높이되, 소비자의 중과실을 면책 사유로 인정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균형 잡힌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영국과 싱가포르 사례처럼 송금·수취기관이 50대50으로 책임을 나누거나 금융기관이 1차 배상 후 통신사가 분담하는 모델도 참고 중이다.
정부는 '에이스 플랫폼'을 금융권 내부에서 통신사·수사기관 정보까지 결합하는 전 금융권 AI 연합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일 강준현 의원이 발의한 통신사 정보제공 근거 법안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 중이다. 김 과장은 "보이스피싱의 절반 이상이 통신망을 통해 발생하는 만큼, 통신사 정보 연동이 이뤄져야 완전한 방어체계가 구축된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즉시 통신사와의 데이터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피해 구제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상거래탐지(FDS)나 지급정지, 환급 의무가 없어 피해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일반 금융회사와 동일한 피해 구제 절차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며 "기술적 특성과 환수 절차를 고려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대응 조직을 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우수 금융사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보이스피싱 신기병' 캠페인, 공모전, 홍보대사 제도 등을 통해 최신 범죄 수법과 대응 요령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김태훈 과장은 "AI와 정보공유 시스템을 통한 국가 단일 방어체계 구축이 보이스피싱 근절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금융권·통신사·수사기관이 함께 대응하는 연합망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