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유통시대①/무인계산]"편리한데 기분은 썩"…고객 감정 과제로

무인편의점 3년새 16배 증가…대형마트도 무인계산대 도입 '속도' "효율성·간편성 넘어 소비자 정서·감정 만족시켜야"

2025-11-04     김현정 기자
여의도 더현대 CJ올리브영 매장 내 고객들이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하고 있다. /사진=김현정 기자

산업계 곳곳에 도입되는 AI 기술이 유통업계 풍경도 크게 바꿔놓고 있다. AI 기술을 통한 무인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셀프계산대(무인계산대), 스마트카메라, 예측발주시스템 등 AI 기반 자동화 기술은 매장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경험을 혁신한다. 그러나 첨단기술 확산 속에서 노동구조 변화와 소비자 불편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다. 유통현장의 AI 도입 실태와 효과, 무인화 시대의 과제와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유통업 현장에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고객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카운터 계산방식이다. 무인계산대가 들어서면서 캐셔를 거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계산대에 물건을 놓고 결제하는 무인계산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대형 마트들에서 캐셔 수가 최근 1000명 이상 감축되는 일이 있었다. 무인편의점 등 무인점포도 대세로 자리잡는 추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의 무인편의점 개수는 208곳에서 3310곳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비용 절감에 나선 편의점 점주들이 인건비 감축을 손쉬운 선택지로 삼으면서 무인점포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졌다.

코로나 이후로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기존 매장 직원들을 유지하되, 무인계산대를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매장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제품 결제 담당 캐셔 수가 줄어드는 인건비 감축 효과도 낼 수 있다. 편의점은 물론, 중저가 패션브랜드 오프라인 매장,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화장품 편집숍 등에서도 무인계산대를 도입한 하이브리드형 매장 형태가 확장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인 이마트24, GS25, CU 등을 중심으로 무인편의점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마트 3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2005년 무인계산대를 처음 설치한 A사는 2021년 기준 138개 점포 중 88개에서 390대의 무인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B사는 2017년 도입후 2021년 기준 58개 매장에서 592개를 설치했고 C사는 2018년 말 도입해 2022년 기준 전국에 1000대 넘게 설치했다.

C사 노조에 따르면 무인계산대 설치가 시작된 2018년 11월 이후 2022년 6월까지 캐셔 일자리 1100여개가 없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점포 평균 20개 정도의 캐셔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계산 방식이 바코드 스캐닝으로 바뀌면서 여성·고졸 정규직 배치가 중단되고 캐셔 일자리가 절반가량 줄어든 곳도 나타났다. 중국은 무인편의점 브랜드 '빙고박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아마존고'라는 편의점이 다양한 결제방식을 접목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직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무인계산대가 확대되면서 직원의 67.7%가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응답했다. 무인계산대가 익숙지 않은 고객들이 일반계산대에 길게 줄을 서면서 캐셔들이 숨돌릴 틈 없이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에 유통업체 입장에서 무인계산대는 AI 기술을 통한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객들이 스스로 결제할 수 있으므로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소량의 제품 구매 시 간편하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소비문화가 안착되면서 무인계산대의 사용 불편을 토로하는 고객 목소리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줄인 캐셔 인력을 고객 응대나 진열 등 다른 업무에 배치해 인건비 절감과 서비스 강화 효과를 낼 수 있고, 심야시간 등 24시간 점포의 무인 운영을 가능케 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도 용이해진다.

판매 데이터가 자동 수집돼 고객의 구매패턴이나 시간대별 수요를 분석할 수 있고, 재고 관리나 진열 최적화, 프로모션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다. 

결제 오류나 도난 사고는 카메라와 센서, AI 이미지 인식 등으로 충분히 이상 거래를 감지가능하다.

계산대 면적을 줄여 매장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종이 영수증 대신에 디지털 영수증 사용으로 친환경 경영을 가능케 한다.

무인계산기로 수집된 판매 매출 데이터는 자동발주 등에 활용되며 관리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동자가 무엇을 얼마나 팔지 정해 발주하며 그 성과에 따라 노동자의 능력이 평가되고 임금 및 승진에 반영됐다"며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자동발주로 전환돼 본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이 실행된다"고 설명했다.

AI 자동화 재고 관리를 통해 매장 관리자 역할이 그만큼 축소되는 셈이다.

한편 무인계산대가 안착되려면 고객의 정서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무인매장 이용에 재방문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이 자리잡으려면 기술 사용의 용이성과 점포 내 공간배치, 결제 편리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며 "기업들은 운영 효율성, 간편성 등의 가치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정서와 감정에도 가치를 두고 점포 환경을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