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크로스이엔에프(上)]이주 외국인 270만 시대, '생활 슈퍼앱'으로 해법 제시
'송금 스타트업'에서 '이주민 슈퍼앱'으로…데이터로 일상을 다시 설계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70만명을 넘었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공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주 외국인의 '생활 불편'을 데이터로 풀어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이 있다. 2017년 설립된 크로스이엔에프는 해외송금에서 출발해 '이주 외국인의 더 나은 일상'을 목표로 성장한 생활 핀테크 기업이다. 단순한 송금 서비스가 아니라 외국인의 금융·소비·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 슈퍼앱'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신원희 크로스이엔에프 대표는 "송금은 시작이었을 뿐"이라며 "결국 크로스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 외국인들이 더 나은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크로스이엔에프는 2018년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1세대 핀테크 송금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당시 신 대표가 처음 주목한 건 '은행의 느린 인프라'였다. 그는 "IT 기반으로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에서 유독 해외송금만은 비싸고 느렸다"며 "핀테크 스타트업의 위치에서 이 부분을 개선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단순한 송금 효율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언어·문화 장벽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고객들의 현실을 목격했다. 신 대표는 "한국 사회는 한국인에게는 살기 좋은 구조지만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며 "가입부터 검색, 구매, 배송, 환불까지 외국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시스템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크로스이엔에프는 '외국인의 생존을 데이터로 증명해 설레는 삶으로 연결하는 슈퍼앱'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이주 외국인의 금융 생활에서 출발해 온라인 커머스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와 커머스 플랫폼 '크로스샵'을 통해 외국인들이 모국어로 검색·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크로스샵은 태국어, 베트남어, 네팔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하며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근로자는 약 270만명에 달한다. 신 대표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100만 명 남짓이던 체류 외국인이 이제는 세 배 가까이 늘었다"며 "2030년에는 최소 35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외송금 시장 규모는 연간 15조~20조원으로 추정된다. 크로스는 "목표 시장 점유율은 100%"라며 "대체 불가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회원 수는 55만명을 넘었고 누적 송금액은 5조원을 기록했다.
투자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크로스이엔에프는 지난 9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800억원을 평가받았다. 신 대표는 "8년간 축적한 외국인 관련 데이터와 이용자 행동·문화적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이 평가받았다"며 "단순한 송금 서비스가 아니라 외국인의 일상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송금 수수료를 0~1% 수준으로 낮추며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크로스는 비용 효율성과 신뢰를 무기로 삼고 있다. 신 대표는 "금융 서비스에서 고객의 결정 요인은 비용이 아니라 신뢰"라며 "익숙함에서 오는 편리함이 신뢰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수수료 경쟁 속에서도 토스증권이 수익을 내듯, 크로스 역시 편리함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로스의 경쟁력은 인력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다국어 운영과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RM(Regional Manager)'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40여 명의 RM이 태국, 베트남, 필리핀, 중국, 네팔 등 각국 서비스를 맡고 있다. 신 대표는 "RM은 각국 출신 현지 매니저로 마케팅부터 CS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며 "그들의 문화적 이해와 현장 경험이 서비스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RM의 절반은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으로 내국인 직원과 함께 언어와 문화를 아우르는 글로벌 팀을 구성하고 있다.
신 대표는 향후 5~10년 내 '생활 슈퍼앱'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그는 "외국인들이 금융, 소비, 병원, 행정 등 모든 순간에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아프면 주저하지 않고 병원에 가고 필요한 물건을 자유롭게 사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한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크로스이엔에프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주 외국인 270만 명의 일상'을 데이터로 바꾸겠다는 이 기업의 실험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에게 더 친절한 사회, 그 일상의 변화를 크로스가 함께 만들어가겠다." 신 대표의 이 한마디는 크로스의 핵심 미션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최연성, 류지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