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등 주요제품 납품 두고 '갑질' 공방
양측 "협상 과정 불과…결국 화해할 것"

CJ제일제당 햇반 / 사진=연합뉴스
CJ제일제당 햇반 / 사진=연합뉴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일부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쿠팡 측은 "CJ제일제당이 햇반 등 주요 품목의 발주 물량을 약속대로 납품하지 않아 계약이 깨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마진율 인상을 요구해 이를 거절하자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측이 서로 '갑질'을 해가며 갈등의 골을 키운 것처럼 보인다. 유통업계에서 가끔 보이던 일명 '채널'과 '식품'의 갈등이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제조사(식품)가 직접 제품의 유통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제품을 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유통사(채널)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이가 생기고, 그 차액인 마진은 유통사의 수익이 된다.

그러다보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을 비싸게 넘겨 자체 마진을 끌어올리려 하고, 유통사는 제품을 싸게 받아 비싸게 팔아 마진을 극대화하려 한다. 

쿠팡과 CJ제일제당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보통 그 끝도 간단하게 나기 마련이다. 양측이 모두 관계의 단절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필요해서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서로를 무시할 수 없는 주요 파트너다. 이번 사태가 겉으로는 '싸움'으로 보여도 사실은 '흥정'인 이유다.

실제로 양측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서로 납득할 부분이 있다.

먼저 CJ제일제당 측은 햇반 등 주요 제품의 납품을 목표대로 하기 위해 공장을 지난해보다 더 돌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CJ제일제당의 식품류 설비 가동률은 86%로 지난해 같은 기간 80%보다 6%포인트 높았다.

CJ제일제당은 식품류 캐파(생산능력)도 279만톤에서 290만톤으로 늘려 대응했지만 쏟아지는 주문을 다 처리하지 못했다. 특정 채널과의 협상을 위해 납품을 일부러 조절했다기보다는 생산능력이 다소 미흡했다고 보는 게 맞을 일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약속한 발주 물량이 들어오지 않으니 다른 도리가 없다. 사업은 계약대로 해야 한다. 당연히 발주 물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물을 만하다. 발주를 중단하고 새로운 협상에 나서게 된 이유다. 

그리고 알려진 것과 달리 '햇반'은 여전히 쿠팡에서 살 수 있다. 쿠팡이 CJ제일제당으로부터 로켓배송용으로 직매입한 햇반도 재고가 여전히 남아 있고, 오픈마켓 형태로 유통되는 제품은 양측의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구입이 가능하다. 마치 지금 상황이 쿠팡의 CJ제일제당에 대한 '보이콧'으로 여겨지는 것은 곤란하다.

취재 과정에서 접한 양측 모두 상황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것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 파행으로 끝나는 것은 서로 원치 않는 일이다. 회사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로켓배송 햇반'을 잃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실제로 쿠팡과 CJ제일제당은 결국 악수하며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런 협상 자체가 유통업을 끌고 오는 힘이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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