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대책 이후 관망세에 트럼플레이션, 최순실-이영복 게이트까지 겹쳐...대내·외 악재 '몸살'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 현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처럼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11·3대책 발표로 관망세가 짙어진 상황에서 트럼프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최순실-이영복 게이트 등의 대내·외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5% 돌파, 부동산시장 위축 불가피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즉 트럼플레이션 쇼크 우려가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앞서 15일 은행연합회는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1.41%를 기록, 전월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고 공시했다. 코픽스는 코픽스는 8개 시중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을 측정한 자금조달비용지수로, 지난 9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보통 은행채 금리는 국채 금리와 연동된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하면서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2%대로 치솟았다. 이는 곧 우리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고, 국채 금리 상승이 시중은행 대출 금리 인상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코픽스 기반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3%에서 최근 3~5%로 조정됐다. 이달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5년 혼합형) 고정금리가 연 3.43~5.13%로 5%를 돌파했고, 국민은행 3.18~4.48%, 신한은행 3.35~4.65%, 우리은행 3.15~4.45%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3%대 상품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 상승세에 투자자는 물론이고, 실수요자들조차 부동산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개포동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11·3대책은 크게 신경 안 쓰던 매수자들도 대출 상담을 받고 매달 갚아야 할 금액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 계약을 포기한다”며 “대책 여파로 투자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실수요까지 빠지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당장 신규 매수세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존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내놓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분석한 ‘금리와 소득 충격이 한계가구에 미치는 스트레스 테스트(충격실험)’ 자료를 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한계가구(빚 상환에 월 소득의 40%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는 134만2000가구(작년 3월)에서 143만 가구로 8만8000가구 증가한다.

장 팀장은 “한계가구 증가로 인한 주택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줄 경우 수익형부동산시장도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순실-이영복 게이트에 일산-엘시티 분양권 타격

부동산시장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은 대형 게이트에도 발목이 잡힌 상태다. K-컬처밸리와 엘시티 프로젝트가 각각 최순실과 이영복 게이트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 고양 한류월드(약 99만㎡)에 30만2000㎡ 규모 체험형 콘텐츠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인근 킨텍스 지원부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한 건설사들은 이 사업을 주요 개발호재로 설명했고, 분양시장 호황과 맞물려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K-컬처밸리 사업의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CJ그룹은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비선실세 연루 사업은 모두 접겠다고 밝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산 대화동의 K부동산 대표는 “요 근래 분양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K-컬처밸리 사업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 전화가 종종 온다”며 “이미 지하 터파기 공사까지 들어갔는데 중단되기야 하겠냐 말은 해주지만 나라고 뭘 알겠냐”고 말했다.

이어 “K-컬처밸리와 킨텍스 지원부지 내 아파트는 별개의 사업이라 K-컬처밸리가 논란이 된다고 해서 가격이 내려가는 등의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 호재를 믿고 산 계약자들 입장에서는 사업이 중단될까 신경은 쓰이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이영복 게이트에 연루된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엘시티(LCT)는 웃돈과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시행사인 청안건설의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사기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계약자들 사이에 공사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까지 나서 책임준공 조건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계약자들은 앞다퉈 분양권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는 상태다.

엘시티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계약이 시작되면서부터 분양권 거래가 발발해 첫 달에만 105건이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후 △11월 54건 △12월 85건 △올해 1월 31건 △2월 15건 △3월 22건 △4월 23건 △5월 22건 등이 거래됐다.

그러다 엘시티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8월 6건에서 9월 3건, 10월 2건으로 거래량이 뚝 떨어졌다. 웃돈도 한때 5000만~600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매수세가 끊기면서 사라졌다.

해운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공사나 부산시나 사업 취소는 없다고 하지만 아직 레지던스 공급이 마무리가 안됐고 상가는 분양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정엔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며 “입주는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계약자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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