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1)지난달 살던 아파트를 팔기 위해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매도인 A씨. 이사를 가기 전 매수인에게 거실의 LED등을 떼고 원래 있었던 형광등으로 교체하겠다는 말을 했다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형광등이 기본이고 LED등은 별도의 비용을 들어 추가로 설치한 것인 만큼, 본인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수인은 ‘현 시설 상태에서의 매매계약’이라는 특약사항을 들어 맞섰고, 결국 A씨는 LED등을 두고 짐을 빼야 했다.

#2)최근 새로 이사 갈 집을 계약한 간 B씨. 직장 때문에 급하게 집을 구하느라 집안도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중개업자의 설명도 귓등으로 흘린 게 화근이 됐다. 입주 전 찬찬히 둘러보니 문손잡이나 수도꼭지 등의 잔고장이 한 두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집주인과 중개업소에 말을 했지만 계약 당시 충분히 설명을 한 데다, 계약서에 ‘현 상태로의 매매계약’이라는 특약사항이 있다는 이유로 수리를 거절당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무심코 적는 특약사항이 매도인(임대인)과 매수인(임차인)간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반대로 갈등을 해결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하고 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는 공인중개사협회에서 제공하는 표준계약서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로는 매도인과 매수인, 해당 물건에 얽혀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모두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게 ‘특약’이다. 특약은 계약 당사자간 합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특별한 위법사항만 없으면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분쟁이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무심코 도장을 찍었다 나중에 후회를 하곤 한다.

예컨대 매매·임대 부동산에 문제가 생긴 경우 원칙적으로는 매도인(임대인)이 수리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현 상태로의 매매(임대차) 계약’이라는 특약사항이 적혀 있고, 매수인(임차인)이 동의 후 도장을 찍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가 있는 현 상태의 계약을 매수인이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파트에 부착된 시설물도 마찬가지다. 두고 갈 것과 떼어 갈 것을 구분하지 않은 채, ‘현 시설 상태에서의 매매(임대차) 계약’이란 특약사항을 적을 경우 매도인(임대인)에게는 계약 당시 시설물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

여의도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A씨처럼 자신이 비용을 들여 설치한 시설물을 떼어 가고 싶다면 미리 매수인에게 얘기를 하고 특약사항으로 적으면 탈이 나지 않는다”며 “B씨의 경우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집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수리할 내용을 특약사항에 넣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매수인은 해당 물건에 존재하는 행정적인 위·불법 부분을 일괄 승계하며 매도인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재개발이 예정된 곳에서는 간혹 주택 자체가 불법 건축물인 경우가 있다. 향후 행정처분을 받거나 입주권을 받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특약사항으로 ‘위·불법 부분을 일괄 승계한다’는 문구를 적었다면 매수인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계약 후 부동산에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 △하자 발생 시 수리비 부담 책임 △대금 지급이 늦어졌을 때 지연 이자 △계약 해지 시 위약금 △근저당권 승계시 대출 이자 부담 등 분쟁이 생길만한 내용들을 특약사항으로 기재해 분쟁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특약사항을 의례적으로 적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내용에 따라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계약 당사자끼리 충분히 협의한 후 최대한 자세히 적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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