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전매·다운계약서 또는 호가거품 가능성

래미안 블레스티지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삼성물산 제공>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진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이 실제로는 분양가에서 소폭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된 분양권의 절반이 웃돈이 3000만원 이하였고, 분양가 그대로 넘긴 이른바 무피도 3건이나 됐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은 6개월의 전매제한이 풀린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간 총 30건이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개포동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반포지구에서 시작된 강남 재건축 열기를 본격적으로 달군 단지다. 후속으로 분양된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3단지)의 잇단 성공에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이 기대됐고, 실제 매물의 호가도 1억이 넘었다.

전매 가능일을 전후해 중개업소에는 8000만~2억원의 웃돈이 붙은 매물이 나왔다. 전용면적(이하 동일)에 따라 49㎡는 8000만~1억1000만원, 59㎡는 1억1000만~1억5000만원, 84㎡는 1억4000만~1억6000만원, 99㎡는 1억6000만~2억원 수준이다.

◇웃돈 2억원이라는 분양권, 실제로는 5000만원 이하에 거래

하지만 이달 10일까지 한 달간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가를 보면 호가와는 차이가 크다. 거래된 30건 중 15건의 웃돈이 3000만원 이하였고, 3000만~5000만원 이하도 8건이나 됐다. 전체의 76%가 호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계약서를 적은 것이다.

49㎡는 10월 각각 9억1600만원(6층)과 9억29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이들의 분양가가 8억8100원과 8억99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웃돈은 3500만원, 3000만원이다.

59㎡ 역시 B타입은 10월에 10억4400만원(5층), 11월에 9억8900만원(2층)에 1건씩 거래됐는데 분양가에서 4500만원과 6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A타입은 각각 3000만원, 4000만원 오른 10억7900만원(22층), 10억8900만원(19층)에 거래가가 신고돼 있다.

84㎡는 무피 거래가 2건이나 나왔다. 10월 신고된 2층과 3층짜리 분양권은 분양가와 같은 12억6800만원과 12억9400만원에 거래됐다. 나머지 12건 중에서도 8건은 웃돈이 1000만~5000만원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프리미엄은 23층의 7000만원이었다.

웃돈의 호가가 최고 2억원에 이른다는 99㎡는 실제로는 5000만원 이하에 거래됐다. 1000만원(3·28층)이 2건, 2500만원(29층)과 2700만원(28층)이 각각 1건, 5000만원(3·6층)이 2건이었다.

그나마 113㎡는 기대와 비슷한 수준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분양가 15억3200만원에서 1억360만원이 오른 16억3560만원(7층)에 신고가 이뤄졌다.

123㎡는 최고 웃돈과 무피가 동시에 등장했다. 11층짜리가 2억원 오른 20억4300만원에 거래됐는가 하면, 5층짜리는 분양가와 같은 18억2500만원에 신고가 됐다. 17층의 분양권도 고작 300만원 오른 18억8400만원에 거래됐다.

◇불법전매·다운계약서 등 비정상적인 거래일 가능성 높아

호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이처럼 크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호가에 거품이 끼었거나 불법으로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

개포동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는 말 그대로 주인들이 부르는 가격일 뿐”이라며 “11·3대책이 발표되고 더 심해졌지만 그 전부터도 강남을 타깃으로 한다는 얘기에 매수세가 끊겼기 때문에 거품이 빠지고 실제로는 5000만~6000만원에 거래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불법 계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썼을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계약한 지 1년 이내에 분양권을 파는 사람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양도차익의 55%를 내야 한다. 이에 세금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 실제 거래가격을 축소하는 다운계약서가 암암리에 작성되고 있다.

또 다른 K중개업소 대표는 “개포동 중개업소끼리는 불법 거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외부 지역의 떴다방을 통해 계약하는 것까지는 우리도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전매제한이 풀리기 전 불법으로 거래한 금액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웃돈이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시작한 것은 후속 단지들이 잇달아 분양에 성공하고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시기가 다가왔던 하반기부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당첨 직후 분양권을 팔 때 발생하는 일명 초기 피는 1000만~3000만원 수준”이라며 “당첨되고 바로 거래한 뒤 6개월이 지나 신고하는 과정에서 호가와 실거래가가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포동의 J부동산 관계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단지라 정말 급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니고는 매도자들도 싸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피를 비롯해 300만원, 1000만~2000만원 수준의 웃돈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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