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한 모델하우스 84A타입 유닛에 적용된 유리도어 유상옵션. 두꺼운 콘크리트벽 대신 얇은 유리벽이 들어가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방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매 주말 문을 여는 모델하우스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방문객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대유닛을 넓게 보이게 하려는 건설사들의 꼼수를 애교로 봐주기엔 도를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모델하우스 세대유닛을 최대한 넓어 보이게 꾸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특화설계가 적용된 요즘 중소형아파트는 예전보다 실사용면적이 넓어졌단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어졌다고 절대적인 공간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59㎡ 아파트에 20㎡의 서비스면적을 제공하더라도 총 면적은 79㎡에 그친다. 여전히 소형인 셈이다.

특히 서울에서 공급되는 재개발·재건축 분양단지는 같은 면적이라도 여러 가지 제약으로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아파트보다 좁게 설계된다.

한 건설사의 분양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중소형을 선호하면서도 막상 유닛을 둘러보고는 좁다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대형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구매 욕구를 높이지만 중소형은 실제보다 넓게 보이게 꾸미는 방법으로 시선을 끈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형아파트의 공간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건설사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실제보다 작은 침대를 전시하고, 필요한 가구를 배치하지 않는 방법은 고전이 됐다. 요즘엔 세대유닛을 유상옵션만으로 꾸미거나 벽이 들어갈 자리에 유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성북구에서 공급된 한 재개발아파트는 59㎡ 유닛에 침실2과 주방을 터서 사용하는 알파룸 패키지를 적용했다. 또 84A㎡에는 침실2에 슬라이딩도어+유리파티션월 패키지를, 84B㎡에는 안방붙박이장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들 패키지를 적용하면 25평형 주방을 30평대처럼 활용하거나, 줄어든 벽 두께만큼 방을 크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없던 복도팬트리와 안방 붙박이장·화장대가 생기기도 한다.

앞서 강동구에서 선보인 재건축아파트도 84A㎡ 침실2에 유리도어가, 113A㎡ 침실4에 슬라이딩도어 패키지가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이 패키지를 선택하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집도 넓어 보인다.

문제는 모델하우스에 적용된 옵션 모두가 유상이라는 점이다.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 계약자들은 모델하우스에서 본 것처럼 작지만 넓은 집에 살 수 없음에도 건설사들은 기본 유닛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성북구 모델하우스 한 방문객은 “패키지가 적용된 유닛만 보면 당연히 좋고 넓어 보이는 것 아니냐”며 “무상도 아니고 선택 안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텐데 기본 유닛도 함께 보여줘야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유상옵션조차도 아닌 벽을 유리로 설치하는 곳도 있다. 얼마 전 영등포구에서 문을 연 모델하우스는 향후 콘크리트로 시공될 벽을 유리로 만들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유닛에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내부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굳이 방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벽 대신 유리를 세워놓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배려와는 달리 벽을 유리로 시공할 경우 공간감이 달라져 집의 크기를 착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벽이 나올 경우 답답하단 느낌이 들지만 유리를 통해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때는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에 실제 아파트에는 시공되지 않는 유리벽을 만들어도 주의사항만 적어 놓으면 건설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실제 아파트에는 시공되지 않을 벽과 바닥이 ‘본공사 시에는 벽체 또는 온돌마루로 변경됩니다’ 주의사항 하나만 적어 놓으면 건설사는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와 실제 아파트가 얼마나 일치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모델하우스 내부에나 책자에 안내사항만 적어 놓으면 제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건설사는 전략이라고 하겠지만 수요자는 꼼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모델하우스의 설치 기준도 생겨야겠지만 수요자들도 꼼수에 속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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