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우리나라에서 인구대비 주택보급률은 2014년 기준 103.5%로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공급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2017∼2018년에는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정 시점에서 주택재고(저량)은 부족해도 일정기간에 수요보다 공급(유량)이 넘치면 후유증이 생기는 것이다. 비가 오지 않는 사막에 갑자기 한두 시간 비가 오면 개울물이 넘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런 가운데 10년 주기설과 맞물려 2018년 집값 급락설까지 나돌고 있다. 주택시장을 둘러보면 의외로 2018년 집값 급락설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급락했듯이 이번에도 주택시장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집단적 믿음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후유증이 감기몸살이 될지, 홍역이 될지, 페렴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물량 앞에 장사는 없다. 물량이 넘치면 집값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하락하는 요인이지 급락한다고 단정 짓기에는 어렵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다른 금리나 실물경기 흐름까지 봐서 결정하는 것이다.

시중에 떠도는 집값 급락설은 주택시장 내부환경 이외에도 다른 악재가 겹친 최악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중국경제 위기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거나 미국금리가 크게 오른다는 등 악재가 몰리면 극단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발생 확률은 아직 높지 않아 보인다. 전세가비율이 높은 상황이고,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후유증은 있겠지만 급락 가능성은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다.

또 하나, 만약 급락설이 현실화한다고 하더라도 시기를 2018년이 아니라 2021년까지 좀 길게 봐야 할 것 같다. 2007~2012년 경험치를 볼 때 그렇다. 실제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업체들이 대거 밀어내기를 했다. 그 결과 2009년 16만5000가구의 미분양이 쌓였다. 그런데 집값은 그해 바로 떨어지지 않고 3년 뒤인 2012년에 많이 하락하면서 하우스푸어 사태를 낳았다. 물량 압박에 따른 동맥경화증과 소화불량이 심각한 수준이 되어 시장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가격이 급락했다. 이른바 '임계점(critical point)‘을 지나야 가격의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임계점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지점의 온도 또는 압력을 일컫는 물리학 용어다. 2017~2018년에 입주가 러시를 이루지만 가격의 급락이 온다면 2021년까지 좀 길게 봐야 한다. 즉 과거의 사례를 보면 급락은 입주물량이 쏟아질 때가 아니라 한참 뒤에 나타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사실상 일반 개인입장에서 미래의 예측 능력은 맞추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항상 여러 가능성을 대비해 보수적인 생각, 무리하지 않는 생각으로 분양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항상 하락을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얘기다. 특히 그동안 주택가격이 저금리와 규제완화책에 힘입어 많이 오른 데다 입주물량도 많아지므로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제때 되돌려주지 못해 분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수요자들은 시기에 관계없이 구매력이 된다면 매수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집값을 알아맞히는 것은 거의 점술가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집을 살 때는 집값의 30% 이내로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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