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견본주택 앞에서 받은 떴다방 업자들의 명함 뭉치.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분양권 불법 전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불법 부동산거래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드러내면서 최근 모델하우스 앞 떴다방은 사라졌지만 안으로 숨어들었을 뿐, 수요자를 향한 유혹은 계속되는 실정이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웃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단지가 견본주택을 개관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떴다방 업자들이 최근 크게 줄었다.

떴다방은 원래 아파트 분양현장에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무자격중개업자를 뜻했지만 요즘에는 자격증이 있거나 개업 상태인 공인중개사도 포함한다. 이들은 전매기간 이전 불법으로 전매를 부추겨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다운·업계약서 등으로 부동산 질서를 해친다.

보통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양단지마다 수십명씩 등장해 진을 치고 있는데,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나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 견본주택 주변에서는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아크로리버뷰는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단지이고,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는 올해 강북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래미안 장위1’의 후속 아파트라는 점에서 출몰이 예상됐지만 빗나간 것이다.

이처럼 떴다방 업자들이 자취를 감춘 데는 정부가 지난 8월부터 불법 분양권 거래를 일삼는 떴다방 업자에 대한 단속을 ‘수시 집중점검’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의 눈을 피해 떴다방들이 숨어든 것이다.

하지만 단속 강화에도 이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안산에서 GS건설이 견본주택을 개관한 ‘안산 그랑시티자이’에는 방문객과 함께, 떴다방 업자들로도 북새통을 이뤘다. 또 비교적 청약 열기가 낮은 인천 영종하늘도시 ‘영종 한신더휴 스카이파크’에도 몇몇 등장해 영업을 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청약통장을 모은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그라시움’ 역시 개관 첫 날 오전 시간에 잠시 나타났다. 떴다방 업자들은 견본주택 주변을 배회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방문객들에게 명함을 주고, 분양정보를 보내주겠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한 업자에게 웃돈이 붙을 것 같으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2000만~3000만원은 붙을 거다. 59타입은 분양가가 높아 피(프리미엄, P)는 어렵고 84타입에 청약해라”며 “여기 온 사람들 10명 중 7~8명은 다 전매가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단속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내가 거래한 분양권만 수백건이 넘는다”며 “걸리지 않는 노하우가 있으니 걱정 말고, 당첨되면 꼭 나한테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장에 나와 있는 떴다방은 줄었지만 사업지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여전히 불법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잠원동과 장위동 일대 중개업소를 찾아 분양권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자, “대기자는 많으니 당첨되면 확실히 팔아주겠다. 만약 떨어지면 싼 물건으로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 분양권 불법 전매, 피해는 실수요자 몫

이처럼 만연해 있는 분양권 불법 전매지만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만큼, 처벌 수위가 높다. 또 당첨자격 취소 및 10년 내 청약자격도 제한된다.

법적 처벌은 차치하더라도 계약자 특히 매수인이 향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약 후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반면, 오르면 매도인이 명의 이전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양권 명의를 넘겨주는 시점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매도인이 명의를 넘겨주지 않아도 매수인이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무엇보다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아 중간에서 떴다방이 가격으로 장난을 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분양권 불법 전매의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실수요자다. 떴다방은 실거주 의사가 없는 수요자에게 청약을 부추기고, 당첨이 되면 웃돈을 붙여 불법으로 실수요자에게 넘기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는 분양가에 살 수 있는 집을 웃돈을 붙여 계약하는 꼴이 된다.

박상언 대표는 “수시로 단속한다고 하지만 불법 전매 거래 현장을 급습하는 게 쉽지는 않다”며 “분양권 불법 전매는 대부분 탈세로도 이어지는 만큼, 경찰·국세청 등과 연합해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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