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사장, “자진사의” vs “인수자 미래에셋의 외압”

홍성국 미래에셋대우증권(옛 대우증권) 대표이사가 연말 합병에 앞서 때이른 자진사퇴 계획을 밝혀 석연치 못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홍 사장의 퇴진이 인수측인 미래에셋의 강요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관학교로 군림했던 대우증권의 오랜 노하우가 피인수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오후 미래에셋대우증권 홍보실은 “홍성국 사장이 사의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홍 사장의 사의는 2주전에 회사에 표명했으며, 박현주 회장은 이러한 홍 사장의 사의 표명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사장은 통합 작업이 원활이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새로 출범하는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의표명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내용의 짧은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자료 배포가 월요일 점심 시간이 끝나갈 즈음인 오후 1시경 이뤄졌고, 더욱이 지난주말 블루마운틴CC에서 미래에셋과 대우의 핵심 임직원 30명씩 총60명이 불편한(?) 라운드를 마친 이후 부랴부랴 나왔다는 점에서 홍 사장의 사퇴는 ‘자진사퇴 형식을 띈 외압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업통으로 산전수전을 겪은 박현주 회장이 미리 짜 둔 ‘프레임(Frame:틀)에서 애널리스트 출신 대표이사인 홍 사장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대우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골프 행사는 지난 금요일 퇴근시간을 얼마 앞두고서야 전격 통지됐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시작된 라운드 이후 이어진 술자리는 일요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뒤풀이에서 주빈인 박현주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미래에셋증권측이 박수로 환호한 반면 대우측 인사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술잔만 들이키고 있었다. 급기야 대우측 모 인사가 취기에 기댄 채 그동안 있었던 통합과 관련한 불만을 쏟아내자 미래측은 준비했던 합병 이후 조직통합방안을 공론화했다. 분위기는 돌변했다. 이에 홍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만두겠다”고 선포했다고 한다. 

이같은 정황 논리상 전날 홍 대표의 자진 사의 발표는 미래측이 준비해 둔 각본대로 이뤄진 가짜 ‘자진사퇴 결정’이라는 것이다.

주말 행사에 참가했던 또 다른 대우측 관계자는 “미래가 인수자로 선정된 이후 기대했던 위로금을 박 회장이 초기에는 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결국 지급하지 않았다”며 “홍 사장의 이번 퇴진압박 이후 능력 있는 대우핵심인력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합을 앞둔 KB-현대증권 역시 미래-대우증권과 같은 제국주의적 M&A 전철을 밟은 가능성이 높다”라며 미성숙한 국내 M&A 실정을 개탄했다.

M&A 이후 인수자측이 피인수기업의 장점 조차 파괴하는 현실이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서 거대 전투용 인공위성 데스스타(death star)를 파괴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워싱턴대학교 금융공학 교수인 재커리 파인스타인(Zachary Feinstein)은 작년 말 발표한 논문에서 “데스스타를 건설하려면 10의 18승 달러가 필요하다”며 “데스스타 2개가 파괴되면 은하제국의 금융 시장 자체는 큰 타격을 받아 경제파탄에 빠져 버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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