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증서 첨부하고 인장 찍은 경우 신규계약으로 간주

# 서울 영등포에서 얼마 전 전세 재계약을 마친 A씨는 공인중개사와 중개수수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시세보다 싸게 5000만원을 올려주고 3억원에 재계약을 했는데, 공인중개사가 0.4%에 해당하는 12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도 임대인과 임차인도 그대로인데 계약서 한 장 써주면서 1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처음 계약할 때 냈던 75만원까지 포함하면 4년 살면서 수수료만 200만원 가까이 지불한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반면 공인중개사는 “차라리 새로운 세입자를 소개하는 게 낫지, 임대인과 임차인 중간에서 기분 상하지 않게 금액을 조율하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며 “거래 사고가 나면 책임까지 다 지는데 재계약이나 신규계약이나 똑같다”고 주장한다.

19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전세난 여파로 기존 전셋집 계약을 연장하는 재계약이 증가하면서 중개수수료 관련 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새로운 집도 아닌데 계약서는 그냥 써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집주인·세입자와 재계약이라도 품이 들어간 만큼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공인중개사의 의견이 맞서면서다.

이 같은 혼란은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재계약 수수료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법에서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에 관해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보수를 받는다’고만 돼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도 지급시기와 한도 등만 나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동안 재계약을 할 때는 법정수수료를 적용하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 가운데 재계약을 희망한 측이 공인중개사에 수고료 명목으로 5~10만원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재계약이라도 공인중개사가 전세보증금을 조율 및 공제증서를 첨부한 계약서를 작성해 인장까지 찍은 경우 신규계약과 똑같은 법정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 이는 법에서 말하는 ‘중개업무’의 범위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중개업무를 단순 ‘알선’이 아닌, 계약한 필요한 ‘서비스 제공’으로 넓게 해석한다. 이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을 소개하지 않았더라도, 계약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책임을 지게 될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임대인과 임차인을 연결해주는 것만 ‘중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수료 관련 오해가 빚어지는 것 같다”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변동된 권리관계를 설명하고, 계약서를 작성해 주는 등의 서비스도 중개업무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재계약이라도 계약서에 중개업자가 서명을 하고 공제증서를 첨부하면 중개사고에 대해 중개업자가 책임을 지게 되므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법정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다만 계약서를 단순 대필만 해줬을 때는 수고료만 지급하면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계약의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직접 계약서를 쓴 뒤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을 추천한다.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부담돼 중개업소를 찾았다면 수수료를 어떻게 할 지 미리 정해둬야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서울시 전월세지원센터 관계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 하에 기존 계약서 특약사항에 재계약인 사실과 증액된 금액, 기간 등을 기재한 뒤 날인만 하면 새로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며 “증액된 금액에 대해서만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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