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지연된 압구정동 ‘느긋’ vs 수익성 타격 한남뉴타운 ‘울상’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북의 대표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압구정동과 한남뉴타운 개발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시는 앞서 지난주 이달 발표 예정이었던 강남구 압구정동의 재건축 정비계획변경안을 지구단위계획안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재건축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것으로, 이 경우 사업일정 지체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짧아도 1년, 길면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한남뉴타운의 재개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공개된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지침안의 핵심은 저밀도 개발이다. 기존에 계획됐던 50층 높이의 랜드마크타워와 중삼상업구역인 그라운드 2.0는 취소됐다. 수익성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이번 방침으로 두 지역 모두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지만 압구정동은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차분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남뉴타운은 당장 매수세가 끊기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압구정동, 원하는 용적률과 층수 얻을 호재로 여겨

12일 압구정동 일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안 전환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S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정비계획변경안이 발표된다고 바로 재건축이 될 지역이 아니다”며 “이왕 늦어지는 거 압구정 위상에 걸맞은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는 게 낫지 않겠냐고 기대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인근 H부동산 관계자는 “정비계획변경안 발표를 앞두고 가격이 뛰었던 건데, 계획이 바뀐 데다 추석까지 앞둔 터라 매수자들은 일단 지켜보겠단 분위기”라면서도 “문의전화나 손님 수는 평소 주말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일단 관망하겠다는 매수자가 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매수세가 사라진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러다가도 추석 이후 1~2건씩 거래되기 시작하면 바로 또 매수세가 붙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주인들도 느긋하긴 마찬가지다. 간간이 재건축이 얼마나 늦어지겠냐고 문의하는 이들은 있지만 사업 지체를 이유로 아파트를 내놓는 경우는 없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억원씩 들여 실내는 수리하면서도 40년 다 된 아파트 외관은 바꾸지 않을 만큼 보수적인 동네”라며 “애초에 재건축에 시큰둥한 주민들도 꽤 돼 서울시 방침에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초 압구정구현대주민소통협의회가 재건축 사업 진행시 적절한 공공기여 비율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130가구 중 15.6%인 488가구만이 답변했다. 응답률을 재건축에 적극적인 세대 비율이라고 본다면, 시의 제동이 아니라도 재건축 추진은 어려울 수 있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또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도 35층 이하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새로 지구단위계획을 세우면 원하는 층수나 용적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장기적으로는 호재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 한남뉴타운, 투자자 비율 높아 수익성 저하에 난색

압구정동과는 달리,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재건축 사업이 지체되는 것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지만 압구정동의 경우 이번 서울시 방침과 관계없이 속도를 내지 못하던 곳이었다.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한남뉴타운은 얘기가 다르다. 시가 기존의 대형 상업시설을 포함한 50층 랜드마크 개발 계획을 엎고 저밀도 개발로 바꾸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한남뉴타운 외부 투자 비율이 70% 수준으로 높다 보니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N부동산 대표는 “10년 넘게 기다렸는데 결과가 이러니 주민들이나 투자자들이나 실망감이 크다”며 “가뜩이나 현재 용적률도 높지 않은데 가이드라인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답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불만 속에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반면 추격 매수세는 사라지면서 가격도 조정될 분위기다.

H부동산 대표는 “지난달만 해도 3구역 기준으로 3.3㎡당 지분 가격이 6500만원까지 뛰었는데도 팔겠다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됐다”며 “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빨리 팔겠다고 하는데 매수세가 끊겨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압구정동은 투자와 실거주가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직접적인 수익성 하락 요인은 없어 비교적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반해 한남뉴타운은 외부 투자 비율이 높은데 수익성 저하가 예견되다 보니 불만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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