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장래희망’ 혹은 ‘꿈’이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그 때의 목표를 이룬 채 사는 인생은 많지 않다.

‘꿈을 잃지 말라!!’는 수많은 원대한 명언들은 우리의 인생을 응원한다. 하지만 학업, 스펙 쌓기, 자격시험준비에 여념 없는 대한민국 청춘들이라면 ‘꿈’은 고사하고 취미를 갖는 것조차 가혹다고 느낄 만큼 취업난은 심각하다.

“하고 싶은 일과 부여받은 일, 그 괴리감 사이에서의 괴로움”

이 논제를 펼치는 필자도 꿈을 이뤘다기보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고 밝혀두고 싶다.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다 교사다. 부족하지 않은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두 분이셨기에 은연 중 이 아들내미에게도 같은 길을 강요했지만, 내 적성은 두 분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수능을 망치고, 재수만은 죽어도 싫다며 인생처음 스스로 택한 내 진로가 ‘방송’이었다. 단순히 TV시청을 좋아한 이유만으로 택한 진로였지만, 다행히도 적성에 맞아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방송국 계약직을 하는데 까진 큰 무리도, 거부감도 없었다.

줄곧 지망했던 분야는 드라마 제작이었다. 그러나 취업을 한다는 막연함에 시작한 업무는 공연중계였고, 이 때부터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과 부여받은 일, 관심과 임무 사이의 괴뢰감이 축적되며 전공을 직업으로 살렸다는 만족감마저 사그라졌다. 같은 맥락의 일을 하면서도 선호분야로 옮기려 하면, 얼마 되지 않은 경력마저 ‘리셋’을 눌러야 한다는 현실에도 화가 났다.

“글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시나리오’ 작업은 일종의 타협이다”

한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살기’란 난제를 안고 내가 해온 것들을 돌이켜 봤다. 문득 대학 때 교양수업 ‘시나리오 작법’에서 호평을 받은 것에 탄력 받아 졸업 작품 시나리오까지 써냈던 일이 떠올랐다.

그렇게 난 ‘리셋 아닌 리셋’으로 애증의 첫 직장을 1년 만에 접고 영화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했다. ‘스토리메이킹’이라는 선호분야를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감독을 목표로 시작한 공부였다. 그리고 지망생 생활 4년. 내 첫 시나리오를 계약, 영화화하며 꿈꿔왔던 ‘PD,감독’이라는 직함 대신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영상’을 좋아했지만. ‘글’을 좋아하진 않았다. 앉아서 고민하는 건 더더욱 싫었고, 아직도 키보드 타이핑은 독수리다. 그런 내게 ‘영화 시나리오’는 일종의 타협이었다.

단순한 글이 아닌 영상을 만들어내는 글, 수많은 자료조사와 연구를 위한 움직임, 그리고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인간탐구까지. 방송전공이라는 테마 아래 PD의 덕목과 중첩되는 이 일의 매력에, 바늘구멍에 박봉이라는 주변의 만류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스타트를 끊은 지금, 지갑은 여전히 풍요롭지 못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만족감과, 주변의 인정, 지방대 간판에 심기 불편했던 문학교사 부모님께 작가아들로서 그나마 체면치레할 수 있는 지금이, 나로서 인생을 산다는 느낌을 느끼기에는 더없이 충분하다.

“그대의 구석진 곳에 놓인 샛길이, 실은 실크로드일지 모른다”

목표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토익이요, 자격증시험이라면 분발하라 응원할 수밖에. 다만 그 목표가 끝내 ‘취업’, ‘대기업’이라면, 안타까울 뿐이다.

‘공무원’은 진정 나라를 위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된다는 솜사탕 같은 말을 할 생각은 없지만, 안정된 생활을 쫓고자 몰리는 시험경쟁 속에 그대의 이력서를 더하기 위한 학벌과 돈과 시간은 진정 가치 있는 것인지 돌아보길 권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이 좋아하는 일에 수반되는 창작의 고통을 안고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건 피차일반.

허나 어차피 리와인드(rewind) 안 되는 한번 뿐인 인생이라면 스스로 만족하고 즐기는 일 정도는 하면서 살아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다.

지금 당장은 무모한 도전 같고, 대책 없는 결정처럼 보이는 그대의 구만리 앞길 구석진 곳에 놓인 샛길이, 입구만 좁을 뿐인 실크로드일지도 모른다.

청춘이 딛는 걸음은 어느 방향이건 후퇴 아닌 전진이다. 더욱이 청춘이 찬란하며 아름다운 건 ‘샛길’마저 ‘새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길을 다양하게 열고, 시선은 더욱 넓게 보기를 바란다. 청춘을 넘어 우리 인생 자체는 애초에 정답도, 매뉴얼도 없는 리얼드라마다.

스스로의 인생에 극적 반전을 만드는 건, 그 스토리의 주인공인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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