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수요 맞춤형 주거지원이 강화된 영향도 있고, 정치적 이슈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주거빈곤 청년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주거문제는 그들의 소비방식과 자산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들의 자산관리전략은 미래의 저성장과 고령화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다.

다행히 다양한 청년주택 정책이 나오고 있고, 눈길을 끄는 내용도 있다.

먼저 살펴볼 것은 서울시의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다. 지하철 역세권의 고밀도 개발을 통해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법이다. 다양한 지원을 통해 준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그 중 최대 25%까지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9세 청년층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시세의 60~80%로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역세권 주변의 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상향 조정하고, 사업인가를 간소화하고,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으로 민간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올해 시범사업은 충정로역과 봉화산역 역세권에서 진행된다. 서울시가 예상하는 공급량은 4만호 정도이다.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지역에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점이다. 그 동안 선보인 청년주택의 경우 실제 수요자인 청년층을 만족시키기에는 입지상 활동성과 주택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거와 달리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분리가 모호해지고, 주거상업 복합지역에 대한 수요자들의 이해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고밀도 개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역세권 주거지역의 개발을 통해 청년주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적 공급에 대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년 한정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상당량의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역세권에 공급함으로써, 성공한다면 청년주택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사회적 주택’ 사업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비영리법인이나 협동조합, 대학교 등이 임대해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오는 9월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관련 법안과 업무지침을 마련 중이다. 연내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며, 서울과 수원, 부천 등지에서 300호 가량 공급한다.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사회초년생의 경우 최장 10년까지 거할 수 있다.

종전에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 모집이나 운영을 공사나 지자체가 맡아왔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재정지원을 받아 노후주택을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청년협동조합주택의 운영권을 민간 사회적 기업이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지원을 통해 직접 공급도 늘려갈 것으로 보면 된다.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단순한 임대주택의 공급을 넘어서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나 주거 공동체 모델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역량이나 지향점에 따라서 세분화된 수요층에 맞춰 임대방식이나 형태, 서비스가 다양해질 수 있다.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주택의 질적 개선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많다. 서울시의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양적 개발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난개발을 막고, 장기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청년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의 ‘사회적 주택’의 경우 매입 임대주택에 대한 상품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그 동안 공사나 지자체가 공급해 온 청년주택의 경우 주거환경과 상품성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낮았다. 빈집이나 고시원 리모델링을 통해 선보인 일부 청년주택에서 제기됐던 실망감이 크다. 공공성과 사업성, 상품성을 모두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공공의 개입과 관리가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운영관리의 질을 높이는 문제도 중요하다. 사실상 청년주택의 질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택의 관리와 주거 서비스를 개선해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주거 공동체를 제시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자면, 전문적인 운영관리가 가능한 업체를 선정하고, 이를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시스템, 재정지원이 확보돼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청년주택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지원에 따른 개발이익의 환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역세권 개발의 경우 토지 소유자와 개발자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민간의 참여가 늘어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청년주택의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 하는 것도 해결할 과제이다.

그동안 다양한 명칭의 청년주택 공급과 지원 사업이 있었다. 하지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청년층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미묘한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저가주택 매입이나 리모델링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의 청년주택 정책은 질적 개선은 물론이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주거방식을 제안하고 보다 나은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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