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2건, 6억원 제한에 양극화 심화..비인기 단지는 미분양 속출

이달 호반건설이 분양한 고양 향동 베르디움은 2003년 이후 고양시에서 분양된 아파트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 사진: 호반건설 제공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청약시장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 전보다 1순위 마감 비율이 종전보다 하락한 가운데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인기단지에는 여전히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곳에선 미분양이 속출하는 양상이다. 중도금 대출 건수가 1인당 2건, 총금액은 6억원(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해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 된 전국 16개 아파트(단지 수 기준) 가운데 56.3%인 9개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역시 이달 초 청약을 받았지만 지난달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끝내 대출 규제를 피한 12개 단지의 경우 83.3%인 10개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된 것과 비교해 1순위 마감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 공공택지 등 소위 '돈이 될 만한'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다.

호반건설이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향동공공택지지구에 공급한 '고양 향동 호반베르디움'은 7일 입주자모집공고를 해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4.3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2003년 이후 고양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1542가구나 됐는데 무려 3만7613명이 접수했다. 당첨 부적격자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받아놓은 분양 대기자 명단(일명 내집마련신청자)도 1500명이나 됐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싸고 서울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C-2블록에서 271가구를 공급한 한양수자인2차도 중대형인 데다 중도금 대출 규제에 관한 문의가 많아 청약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총 6547명이 신청해 평균 24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한양 관계자는 "분양가 경쟁력이 있다 보니 전매 차익을 노린 수요에다 중소형 주택 보유자들이 중대형 1채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청약한 세종 신동아 파밀리에는 청약 경쟁률이 평균 201.7대 1, 최고 2097대 1을 기록하며 세종시 분양 사상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중도금 대출 규제 대상이지만 세종시 우선공급 대상이 100%에서 50%로 축소되는 등 청약자격이 완화되면서 전국 단위에서 청약자들이 몰린 것이다.

화성 동탄2 신도시 제일풍경채도 지구 남쪽(남동탄)이라는 지리적 약점에도 1순위에서 전 가구가 마감됐다. 종전에 남동탄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2순위 마감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택지지구가 아니거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파트는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SK건설이 이달 14∼15일 청약한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분양한 SK뷰 아파트 2053가구는 1순위는 물론 2순위에서도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273가구가 미달됐다. 송도라는 입지여건에도 대출 규제에다 최근 이 일대 조합아파트를 비롯해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과잉공급 우려로 청약통장 사용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 용인시도 청약성적이 좋지 않다. 이달 5일 입주자모집공고를 해 대출 규제 대상이 된 용인 기흥구 신갈동 신흥덕 롯데캐슬레이시티는 총 1584가구 중 351가구가 2순위에서도 미달됐다.

역시 대출 규제 대상인 용인 수지구 신봉동 동도센트리움은 총 184가구 중 84가구가 2순위에서도 미달해 청약률이 52.7%에 그쳤다.

한 분양회사 관계자는 "용인의 경우 미분양도 남아 있고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적다 보니 중도금 대출 규제 이후 청약률이 더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기 지역에만 청약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당첨이 됐다가 대출이 제한돼 중도금 대출을 못 받게 되면 통장 1순위 자격만 잃게 될 수도 있어 종전처럼 자유롭게 청약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여러 아파트에 청약을 시도하기보다는 입지여건이 좋고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만 청약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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