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규제·브렉시트·구조조정 여파에 하반기 분양시장 '흐림'

서울 강남 재건축 분양 열기에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 모두 덩달아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중도금 대출규제,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브렉시트 등의 여파로 분양시장은 지방을 중심으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상승세도 상반기보다는 다소 둔화할 전망이다.

◇ 상반기 아파트 매매시장 수도권만 '반짝'..전세시장은 대체로 안정세

올해 서울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의 3배를 넘어서는 등 수도권 매매시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러나 지방은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9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보다 1.13% 상승해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0.37%)의 3배를 넘어섰다. 경기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55%였다.

지방 5개 광역시의 경우 부산(1.19%), 울산(0.94%), 광주(0.01%)는 상승한 반면 대구(-1.70%), 대전(-0.03%)은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114가 지난해 12월 25일 대비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83%로,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0.79%)의 2배를 웃돌았다.

수도권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영향으로 서울과 인근 경기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가운데 인천은 0.7%, 경기는 0.53%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방 5대 광역시는 이미 지난해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컸던 데다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대구(-2.02%)와 대전(-0.14%)의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대구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작년 12월 25일 대비 지난 6월 24일 기준)은 1.2%의 상승폭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였다.

수도권에서는 저금리로 월세전환이 가속하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해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전셋값이 강세를 유지했다. 지방은 신규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져 전세시장의 숨통을 틔웠다.

서울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1.89%로 전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고, 경기(1.28%)와 인천(1.81%)의 전세가격도 전국 평균을 넘겼다.

지방 5대 광역시에서는 유일하게 하락한 대구(-2.82%)를 제외하고는 무려 5.81%의 상승폭을 기록한 세종시를 비롯해 부산(2.75%), 울산(1.39%), 대전(1.12%), 광주(0.32%) 모두 전셋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하반기 매매·전세 상승세 둔화..중도금 대출규제·브렉시트 악재에 분양시장 '주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여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여지가 커져 매매·전세시장은 상반기보다 상승폭은 다소 둔화하더라도 상승세는 어느 정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분양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중도금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분양시장은 주춤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달 펴낸 '2016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8%, 전세가격은 1.3% 상승하면서 전국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1∼2%대의 안정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수도권은 하반기에도 1.2%의 주택가격 상승을 예상하면서 올 한 해 동안 1.5%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하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한 약 27만가구 내외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거래량은 지방에서는 수도권보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 시장 후퇴기에 진입한 데다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하반기 거래량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어 전년 하반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45만건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하반기 주택거래량이 작년보다 3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산연은 지난 28일 열린 '2016년 하반기 주택ㆍ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주택거래량 감소 폭이 작년 대비 3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했다.

연구원은 당장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진 않겠지만 1∼5월에도 이미 거래량이 작년보다 25% 이상 감소한 만큼 점진적으로 하방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주택가격은 수도권이 0.3% 오르고, 지방은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고 중도금 대출규제, 브렉시트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거래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서울은 강보합세가 유지되고 지방은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세는 상반기(0.3%)보다 하반기(0.4%)에 오름폭이 약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시장 모두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의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분양시장은 지방을 중심으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매매시장은 중도금 대출규제에도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가 일정 부분 유지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고 지방도 특별히 작년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전세시장도 수급 개선 측면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하반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겠으나 지방은 그동안 공급이 확충돼 전세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여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여지가 있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 대한 관심은 상반기 수준으로는 유지되고 전세도 월세전환 가속화에 따른 물건 부족으로 전세가율이 오르는 현상도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정부의 중도금 대출규제로 서울 강남 재건축 분양시장은 진정세로 접어들고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조선ㆍ해운업계 구조조정 여파에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지방 주택시장은 이미 공급이 어느 정도 확충돼 추가 공급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인 만큼 부산 등 인기 지역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보이겠지만 비인기 지역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커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에 전매 차익을 기대하고 분양시장으로 몰리던 수요가 종전보다 감소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일부 지역이 다소 진정되겠고 특히 브렉시트가 불확실성을 더해 분양시장에 심리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겠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방은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피로감이 상당하고 공급이 넘치고 있는 데다 조선ㆍ해운ㆍ철강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구매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어서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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