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로 국내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브렉시트는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악재가 터져 당분간 시장은 소강국면을 보일 전망이다.

시장참여자들은 예기치 않은 충격이 오면 관망하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경우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매도물량이 갑자기 쏟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부동산을 싸게 팔아 손실을 입지 않으려는 현상, 손실 회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기적 변화는 주로 매수세 위축에서 나타난다. 이런 매수세 위축이 장기화하면 가격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종이자산인 금융자산에 비해 외부 악재에 둔감하다. 실체가 있는 실물자산이기 때문으로 금융자산의 대체자산 역할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상품이 투자상품화 되면 다르다. 말하자면 집이 단순히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사고파는 교환의 대상이 되면 금융상품과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투자상품 성격이 강할수록, 가령 아파트도 일반 아파트보다는 재건축아파트, 분양권이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또 상품이 표준화-규격화되어서 거래가 빈번한 상품일수록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단독주택보다는 당연히 아파트가 더 빨리 반응할 것이다.

또 단기간 급등해서 거품이 발생한 경우도 민감해진다. 요컨대 대외 악재의 영향 강도는 재건축, 분양권>일반 아파트>상가>토지 순이 될 것이다. 토지 같은 경우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거래빈도도 높지 않기 때문에 둔감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브렉시트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던 리먼사태 못지않은 파장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각국의 협력, 유동성공급 등에 힘입어 시간을 두고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제 부동산경기도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우산아래 살게 되면 부동산경기도 국내 요인으로만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화의 지구인은 아흔아홉칸 대저택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과거 세계가 글로벌화가 덜 되었을 때에는 옆동네에 불이 나더라도 강넌거 불구경하듯이 느긋했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에 불이 나면 우리 집도 화재의 위험에 빠지는 동조화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자산관리를 할 때 우연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중요해진다. 일반적인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예기치 어려웠던 상황이 발생하면 미리 준비하는 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큰 위기 때 재산을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연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교만이나 오만에 빠지면 그만큼 위험해진다.

그리고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중심으로 자산설계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항상 일정부분은 현금 확보도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위험(블랙스완이나 팻태일 리스크)는 수시로 생길 것이다. 이런 롤러코스터에 대비해 항상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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