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재건축 호재로 초강세 vs 비강남은 금리 인하에도 시큰둥

최근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단지와 그렇지 않은 강북의 아파트 밀집 지역의 부동산 현장에서 느껴지는 온도차가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설설 끓고 있는 재건축 단지는 호재를 맞이했다. 반면 비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들은 아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수도권 집값은 오르고 지방은 떨어지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같은 서울과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 '뛰는' 강남 재건축, '기는' 강북·신도시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 초 분양 예정인 강남구 개포 주공3단지의 재건축 조합이 일반 분양가를 3.3㎡당 4500만원, 최고 5000만원 이상에 책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파 잠실, 강동 둔촌, 서초 반포 등지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단기간에 시세가 한두 달 새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바로 옆 단지의 일반 아파트들도 재건축 영향으로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가 들썩인다. 금리 인하 호재는 이런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이에 비해 같은 서울이지만 비강남권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곳이 많다.

강북구 수유동의 S공인 대표는 "금리인하 발표 전후로 매수 문의가 늘거나 호가가 상승하거나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매매 문의도 뜸하고 가격도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강북에선 2월부터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매수세가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P공인 대표는 "작년에 바짝 거래가 이뤄지더니 올해는 매매거래가 많이 줄었다"며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으라고 하니 서민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3094건으로 작년 대비 16.5% 감소했지만 강남 3구는 거래량이 늘었다. 개포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한 달에 단지별로 수십건씩의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초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746건으로 작년 5월 대비 21.9% 증가했고 강남구도 지난달 941건의 아파트가 거래되며 1년 전에 비해 2%가량 거래가 늘었다. 송파구는 작년(876건)보다 0.5%가량 줄었지만 852건으로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성동구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654건으로 작년 5월에 비해 66.5%나 감소했다. 중랑구와 강북구도 작년 대비 각각 39.5%씩 줄었다. 도봉구·성북구 등의 아파트도 작년보다 각각 21.9%, 24.7%씩 거래가 감소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서울 전역에 걸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가격도 올라 상승 피로감이 느껴지던 차에 연초 대출 심사를 강화 조치 시행으로 상승세가 주춤해질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가운데 최근 강남은 잇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 효과로 회복이 빨랐던 반면, 그같은 재료가 없는 비강남권 등은 상대적으로 여심 심사 가이드라인의 영향이 컸고 최근 금리 인하에도 별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1기 신도시쪽도 마찬가지다.

분당 서현동 H공인 대표는 "이달에는 물론 지난 봄 성수기 때도 매매거래가 뜸하고 문의 전화도 별로 없다. 금리 인하 호재는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 평촌동 Y공인 대표는 "작년에 가격이 많이 올라 올해는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황"이라며 "연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초반에는 매수 문의가 뚝 끊기고 호가도 약세를 보이는 등 반응이 빨랐는데 이번 금리 인하 호재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설명했다.

군포시 산본동 O공인 관계자는 "지금은 강남 재건축 단지와 신규 분양시장만 좀 호황이지 나머지 시장들은 다 어려운 거 아니냐"며 "금리 인하 발표 전후 아파트값 변화가 없고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소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 재건축 쏠림현상 언제까지 갈까..내년 시장 위축 우려도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의 주택시장을 '재건축 장세'라고 표현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최근 7∼8년간 묶여있던 재건축 사업에 숨통이 트이면서 희소성이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이 경우 전체 집값이나 거래량까지 높여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다른 지역까지 모두 호황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최근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유동자금이 돈이 될 만한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부자들이 작년 말부터 재건축 단지에 관심을 보이면서 강남권은 물론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있는 목동·여의도 등지의 아파트까지 팔리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나 인기 분양단지, 공공택지내 점표겸용 단독주택용지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것은 다른 상품과 달리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시세차익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반 분양이 이뤄지는 재건축 시장은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개포 주공3단지에 이어 8월에는 한신18차 아파트 분양도 대기 중이어서 고분양가로 인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 가격이 언제까지 나홀로 강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추격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주택임대소득 과세 강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벌써부터 하반기 이후 주택 구매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7년부터 수도권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2018년 이후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공급 물량이 많아지는 것도 약세를 점치게 하는 변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은 이미 물량 증가로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고 기업 구조조정 등 악재까지 겹쳐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특정 호재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시장 위축에 대비하는 신중한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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