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통상 선거기간이 끝나고 나면, 부동산시장에는 사람이 모이고, 돈이 흘러 들게 마련이다. 대규모 개발 공약과 규제완화,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나왔던 16대 대선 직후에는 국토균형개발론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며 지방대도시 아파트값이 올랐다. 정권교체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17대 대선 직후에도 부동산시장이 출렁였다.

지역별로 부동산 공약이 쏟아지는 총선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서울 지역 후보자 다수가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던 18대 총선의 경우에는 투표 결과에 미친 영향이 상당했다는 설문 결과도 나온바 있다.

총선 이후 뉴타운 지분 투자가 늘고 가격도 올랐다. 이런 전례 때문일까? 20대 총선이 끝나고 나서, 투자자들은 이번 총선이 ‘부동산시장의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뚜렷한 회복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살펴본 전례와 달리, 2000년 이후 실시된 대선과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이 크게 상승하거나 회복한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몇몇 지역 개발 공약이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대체로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나 대세적 경기 흐름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상반기 현재, 글로벌 경제회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중국의 성장 둔화와 일본, 유럽의 미비한 재정완화효과 등을 감안할 때 국내 부동산시장의 나홀로 회복세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늦춰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우려할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개발과 같은 부동산 공약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이번 총선의 경우 각 정당이 내놓은 부동산정책 공약은 거의 유사했다. 여당의 뉴스테이 지속 공급이나 야권의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같은 주거안정방안이 주요 골자였다.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이슈는 없었다. 물론 일부 지역의 교통망 확충 등의 개발 공약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기존에 논의됐거나 투자자들에게 알려진 이슈들이 대부분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총선 이후로 본격화된다는 보장 또한 쉽지 않다. 지역별로 향후 협의와 구체화 속도에 따라 영향을 끼칠 테지만, 부동산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기적으로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은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5월이면 지방까지 여신심사 및 대출규제가 강화된다. 전국적으로 대출규제가 강화돼 수요가 줄고 거래가 감소하면,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지역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수도권에서 먼저 대출규제가 강화된 후, 수도권 아파트시장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미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지방의 경우, 대출규제 강화 이후 거래 및 가격 둔화가 수도권보다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상 비수기도 이어진다. 6월 중하순부터 부동산시장은 비수기에 진입한다. 5월로 예고된 대출규제 전국 확대 이후, 6월 비수기로 이어지면 올 2분기 부동산시장의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 둔화와 가격 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 해 과도한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매한 수요자들의 대출상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으론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의 금융 지원도 중요하다. 신축 주택에 비해 조정이 뚜렷한 노후주택시장의 냉각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예정된 구도심의 주거환경정비사업이나 재건축 인허가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빈집 개보수나 리모델링 구체화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새아파트 분양시장은 반대로 여전히 과열된 상황이다. 실제 계약률이 둔화되는 상황과 달리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높다. 업체들은 총선 등으로 인해 미뤘던 분양물량을 상반기 중 쏟아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결국 지역에 따라 공급과잉과 미분양, 양극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매제한 기간의 조정, 지역거주요건의 강화 등 단기 투자목적의 가수요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과열된 청약경쟁률이 지속되는 한, 업체들의 공급 조절도 어렵고,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다. 지난 2015년에 비해 전세수요의 움직임이나 전세가격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임대시장의 불안정과 주거비 부담은 여전하다.

주요 도심의 역세권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값 대비 70-80%대의 높은 전세비율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거의 50%에 육박하는 월세계약비율은 전세난의 지속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를 시사한다.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서, 야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주거안정대책들이 재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분쟁조정위원회의 강화, 주택-상가 임대차보호법의 강화 등이다.

물론 과거 논의 과정에서 시장에서의 부작용 논란과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 충돌이 심했던 만큼 다른 해결책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여전히 협의 및 실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시장의 불안 양상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월세대책을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민들은 진퇴양난이다. 대출규제와 주택시장 둔화로 섣불리 내집마련에 나서기도 어렵고, 전세난과 월세전환으로 주거비 부담은 계속 늘어만 간다. 총선이 끝나고,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국에서 서민과 부동산시장, 나아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활발한 논의와 대안 마련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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