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타는 차가 10년 이상 되다보니 자동차 정비센터를 찾을 때가 많다. 여름휴가를 앞둔 어느 날 대형 할인점에 있는 정비센터를 찾아 직원에게 타이어, 엔진 오일, 브레이크 라이닝을 갈 때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먼 길 갈 텐데 사고 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전부 교체를 권했다. 교체 비용으로 150만원 이상 들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타이어는 앞뒤를 바꾸면 1년 이상 쓸 수 있었는데 괜히 교체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 때서야 알았다. 자동차 정비센터에 가서는 “00부품을 갈아 주세요”라는 지시형 주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월가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발사에게 이발을 할 때가 되었느냐고 묻지 말고, 학자에게 당신의 연구가 의미 있느냐고 묻지 마라”고 했다. 이발사는 당연히 머리를 자르라고 얘기할 것이고, 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이정표를 세울 대단한 저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음식점 주인에게 메뉴판에서 어느 음식이 맛있냐고 물으면 다 맛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뻔한 답이 나올 질문을 애써 하지 마라는 얘기다. 이 경우 어느 음식이 가장 많이 팔리느냐고 묻는 게 선택의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잘 알지 못하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지금 아파트 사야 될 때냐”고 묻지 마라. 십중팔구 매수를 권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침체기에는 급매물을 잡을 수 있는 지금이 구입 적기라고 할 것이고, 호황기에는 내일 가격이 더 오를 테니 서둘러 계약하라는 답이 되돌아올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거래를 해야 먹고 사는 유기체다. 장삿속이 아닌 진심으로 당신을 위해 조언해 줄 중개업소 사장을 찾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이다.

모델하우스에 가서 “이 아파트 분양 받아야 되느냐”고 묻지도 마라. 아마도 ‘지역의 최고 랜드마크인 이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답변이 되돌아올 것이다. 지나치게 친절하고, 과도한 장점만 늘어놓는 모델하우스는 파는 물건이 변변치 않다는 반증이다. 자화자찬은 열등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좋은 물건은 애써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의 얘기를 들어야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법이다. 중개업소나 모델하우스 직원에 묻느니 저 멀리 제주도에 있는 이모에게 물어보는 게 낫다. 그게 훨씬 객관적이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