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열풍’이 거세다. 웹툰에 이어 드라마화됐던 ‘미생’은 이 시대의 슬픈 청춘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최근에는 웹툰 시즌2가 연재되고 있다.

바둑에 주목하게 하는 다른 한 가지는 인공지능(AI)이다.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 Go)의 대결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 9일부터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100만 달러(약 12억3470만원)를 놓고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다.

지난 1월 28일 구글 딥마인드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최초로 프로 바둑 기사와 호선으로 대국해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 알파고를 공개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국 계획 발표에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추세다.

금번 대결에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길 것으로 점쳐지지만 올해 말에는 알파고가 향상된 자체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이세돌 9단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IT 공룡 기업들, 대량 데이터 축적 나서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애플, IBM 등 전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잠재력 높은 인공지능 기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이들 회사에서는 공개화 정책을 내걸고 있는데 그 이유는 데이터 확보 때문이다. 데이터 축적은 인공지능과 관련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인공지능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11월에 자신들의 기계학습 인공지능 엔진을 오픈소스로 코드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구글이 텐서플로우(TensorFlow)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유해 인공지능을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구글이 공개한 텐서플로우는 딥러닝을 사용한다. 마치 사람 뇌 속에 있는 뉴런과 같은 광대한 신경망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입력해 이미지 해석, 음성 인식, 자연언어 처리와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뉴럴(neural 신경망)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은 1980년대부터 존재했으나 최근 들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방대한 데이터의 보유가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엔진의 학습을 위해서는 대용량의 이미지와 정보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생긴 이후 아마존, MS와 같은 기업들은 이너넷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은 단연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이들의 검색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능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정보를 다루고 있기에 얼마든지 인공지능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핵심은 방대한 분량의 고품질 축적에 있다.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보다 인간답게 사고하도록 만들 수 있다.

최근 IBM 역시 Weather Channel을 인수했다. 인공지능 경쟁력을 위한 중요 데이터 확보를 위해 투자한 것이다.

◇ 왜 하필 바둑인가

구글과 페이스북은 바둑을 이용한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왜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바둑에 관심을 둘까.

그 이유는 아직 바둑만큼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정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스의 경우에는 1997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인 딥블루가 15년 동안 체스 세계 챔피언을 유지해오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제쳤다. 그 뒤 단 한 번도 인간이 이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겨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 컴퓨터들은 바둑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인간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바둑의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체스의 경우의 수는 400가지이지만 바둑은 13만가지에 달한다. 따라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바둑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의 최고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 인공지능, 경제적 파급효과는

- 단기적으로 신약 개발, 바이오, 금융 등에서 활용될 것

시장조사기관 야노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금융, 의료, 신약 개발, 바이오 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이 진전되고 있는 딥러닝의 영향으로 화상인식은 높은 정밀도를 가지게 됐다. X-ray와 MRI(자기공명화상법)의 화면으로 의사의 진단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 화상진단 등에 적용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내다봤다.

- 장기적으로는 자동운전 주행과 스마트공장의 실현에 공헌

연구소는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은 다양한 산업에 큰 영향력을 주어, 산업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영향력이 큰 분야는 자동차 분야의 자동운전 주행 실용화와 제조업의 스마트공장(산업로봇의 활용 등에 따른 공장의 자동화)의 실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까지 자동운전 주행 실용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안전성 확보, 법 정비, 인프라 정비 등의 사회적 과제가 남아 있어, 본격적으로 시장이 시작되는 것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말했다. 자동차 산업 외에 화물 수송과 여객 수송 등의 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는 독일의 인더스트리4.0 구상에 포함되는 스마트공장의 실현을 위하여 인공지능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로봇의 활용에 따른 제조, 발주와 재고 관리의 자동화, Mass Customization(개별 제품의 대량 생산) 등이 실현돼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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