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불안으로 주택거래 지속될 것. 무주택자 내집마련은 ‘적기가 따로 없다’, 하지만 단기투자는 ‘숨 고르기’.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9134건(10월 2일 기준)으로 6개월 째 이어진 월 1만 건 이상의 거래 랠리도 멈췄다. 예년보다 늦어진 추석 연휴기간의 영향도 있지만 수요 심리가 위축된 까닭이다. 실제로 단기 고점을 우려하는 수요자들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확실한 금리 변동성과 함께 내년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집값이 조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4분기 주택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심화되는 전세난과 보증금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월세 전환을 요구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반전세 등의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차라리 집을 사고 주거안정을 찾으려는 무주택자가 적지 않다. 만성화된 전세 부족과 보증금 반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주택 실거래와 가격 상승 추세는 적어도 내년 초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4분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영향 변수는 ‘전세’라는 얘기다.

전세 불안에 내몰린 실수요자가 가세하면서 새아파트 분양시장의 열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업체들이 10월에만 10만 가구에 육박하는 공급물량을 쏟아내면서 청약자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서울의 경우,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와 도심의 재개발아파트가 가을분양에 나서, 높은 청약 관심이 예상된다. 동탄, 용인, 김포, 하남 등 신도시와 택지지구 아파트가 공급되는 경기도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 공급량이 늘어난 만큼 단지별로 수요 선호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계약 포기나 미분양이 나타나는 등 양극화도 심할 것으로 보여, 청약 전에 입지와 분양가격을 꼼꼼히 점검하고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양시장에서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재건축시장의 선전도 예상된다.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개선됐고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입지적 희소가치가 높아져, 장기 보유와 거주 목적으로 접근하는 대기 수요가 많다. 단기간 상승한 가격과 긴 사업기간은 여전히 불안 요인이지만 사업인가 단지를 중심으로 조합원 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 일반분양과 비교 선택하고자 한다면, 추가분담금과 일반분양가격을 따져보고 세금 측면에서 유리한지 점검해보면 좋다.

비아파트 주택상품의 선전도 일단은 지속 전망이다. 임대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매 거래가 늘어난 연립, 다세대주택은 역세권 중심으로 실수요 거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임대 수익형 투자로 주목 받은 단독주택시장에는 중장년층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아파트 저가 주택은 시장이 위축될 경우 우선 조정 대상이 되기 쉽다. 임대를 목적으로 단독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났고 임대 경쟁도 치열해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4분기 주택시장은 전세 불안에 따른 거래와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신규분양과 재건축시장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관심 상품의 선전에도 주택가격의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부터 이어진 주택시장의 가격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연간 상승폭은 전국적으로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단기 상투와 가격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관망심리를 불러올 수 있다.

주택가격의 변동성이 낮아진 가운데 불안요인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전세 등 임대 불안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임대 주거비 부담의 증가와 주거불안을 고려해볼 때,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은 적기를 따지기 보다는 소득과 자금계획을 토대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단기간 투자 목적이 우세하다면 잠시 시장의 흐름을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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