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행권 집단대출 규제 지속..건설업계 ‘울상’

# 경기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A건설사는 은행에서 집단대출 사전승낙을 받았으나 대출이 보류됐다. 은행과 지속해 협의했지만 시간이 계속 지연되는 바람에 A사는 결국 제2금융권과 협약체결을 진행 중이다. 금리는 3% 후반에 달한다.

# 역시 경기에 사업장이 있는 B건설사는 HUG중도금대출보증에도 불구하고 6개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했다. B사는 여전히 타은행 등과 협의를 하고 있다.

# 경남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C건설사는 100% 분양을 마쳤음에도 은행에서 대출을 보류해 타은행 등과 협의 중에 있다.

한국주택협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집단대출 규제 사례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주택거래량 및 미분양 추이 / 자료: 국토교통부 제공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 자료: 국토연구원 제공

집단대출 규제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다.

지난해 10월부터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집단대출 거부 또는 조건부 대출 승인, 심사 강화 등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스스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은 규제의 끈을 조이는 모습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주택거래가 감소하고 미분양주택이 증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금융당국·은행권 집단대출 규제 지속..건설업계 ‘울상’

국내은행의 가계 주택대출태도지수 추이 및 전망 / 자료: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제공 (2016년 1월 6일 기준)

가계 주택자금 관련 국내은행의 대출장벽은 지난해 4분기부터 높아졌다.

대한건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집단대출 규제 이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15개 회원사의 집단대출 거부 및 조건부 대출 승인 등의 총 규모는 1월 말 기준 약 5조2200억, 3만3970세대에 달한다.

은행들은 사전승낙을 철회하고 PF대출은행의 중도금대출을 거부하곤 한다. 대출 제안을 승인할 경우에는 금리를 대출규제 이전보다 1%포인트가량 높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이자비용은 연간 140억에서 210억 정도라고 건설협회는 추정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서는 집단대출 외에도 여신 심사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1일부터 주담대가 시행됐으며 지방에서는 오는 5월 2일부터 시행된다.

주담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택담보가 있어도 객관적인 소득증빙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해진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증빙 자료를 통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주택구입자금, 고부담대출 등 비교적 큰돈을 빌리는 경우 빚은 ‘처음부터 나눠갚을 수 있도록’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으로 취급한다.

◇ “기존·신규주택 선순환 구조 불가능해질 것”

집단대출 규제로 신규 분양주택의 공급 애로가 증가하고 있다. 집단대출이 거부된 상황에서는 사업주체가 중도금대출 알선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워지므로 자금부담이 힘들어진다.

시중은행 대출 거부로 사업체가 제2금융권을 이용할 시 금리가 인상돼 수분양자의 부담 역시 늘어난다.

주담대 규제로 기존주택 처분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주택 시장과 신규주택 시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이 불가능해지고 주택시장 침체 가속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대신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분할상환으로 원리금상환 부담이 종전 대비 3배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주택 구입을 저해하니 실수요자의 전·월세주택 잔류는 피하기 어렵다.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5년 전세가격 상승률은 5.6%로 주택매매가격 상승률 4.4%를 상회한다. 건설협회는 올해에도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 이주수요 확대로 연간 주거비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주택 구입 목적 대출 비중 적어..연체율도 감소 추이

가계부채 및 은행 주택담보대출·집단대출 추이 (단위: 조원) / 자료: 한국은행 제공
주택담보대출 및 집단대출 연체율 추이 (단위: %) / 자료: 한국은행 제공

현재 가계부채 총 잔액 1166조원에서 집단대출은 110조3000억원으로 전체 중 차지하는 비율이 10% 미만이다.

2015년 말 기준 주담대 및 집단대출 연체율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건설협회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및 집단대출 증가는 그동안 시장에 내재해있던 수요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멸실 등을 감안한 연평균 적정 주택 수요량이 39만호 수준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주택경기 침체로 매년 평균 27만호 정도만 공급된 점을 감안하면 2015년 공급물량 약 50만호는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무엇보다 올해에는 가용택지 부족, 시장 수요 분석 등을 통한 업체의 분양리스크 관리 등으로 공급물량이 작년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면서 “집단대출 증가세는 자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집단대출 규제로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 커”

2015년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출 / 자료: 대한건설협회 제공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추이 / 자료: 대한건설협회 제공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인위적 규제가 주택시장의 연착륙과 내수경기 회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4분기 건설투자가 급감(-6.1%)함에 따라 2015년도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도 이후 가장 낮은 2.6%를 기록했다. 작년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민간소비(1.1%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주택시장의 대출규제가 지속할 경우 건설투자 감소와 주택매매 거래 둔화에 따른 소비 제약으로 저성장이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설협회 측은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이 집단대출을 정상적으로 취급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집단대출 거부 또는 조건부 대출 승인, 심사 강화 등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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