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 수요 움직이면, 실수요 주택거래 조금씩 늘어날 전망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통상 설 연휴가 지나면,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된다. 이사할 집의 거래계약은 미리 마친 경우가 많지만, 실제 이사와 수요이동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 전세난에서 촉발된 저가주택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가격도 조금씩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활발한 거래와 뚜렷한 가격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저금리와 규제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높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수요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주택 및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이미 지난해 12월에 둔화되며 보합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부동산114가 전국 거주자 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3.9%가 2016년 상반기 ‘부동산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35.7%로 부정적인 전망이 늘어났다.

대내외 경제가 불안하고 금리 변동성은 커진 데다가 부동산시장 내부적으로는 대출규제 강화와 공급과잉 우려가 쌓이면서 수요심리를 냉각시켰다.

냉랭해진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주춤하고 매물호가는 하락했다. 설 연휴 직후까지 집계된, 지난 1월의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5511건으로 전년동월대비 19% 감소했다. 집값이 하락한 지역이 나타났고 선호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의 주택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와 경기 김포시, 대구, 대전, 충청 지역의 아파트가격이 하락했다.

◇ 2월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규제 강화돼

2월부터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심사가 강화되고 원금분할상환이 적용되면서 수요시장이 위축됐다. 달라진 대출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택 수요자들은 당분간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수부진과 저물가를 우려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한 부양기조를 유지할 전망이어서 부동산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지는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수요자들이 위축되면서 조정을 받는 지역이나 상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상품일지라도 올 한해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많아졌다.

‘호시우보(虎視牛步)’ 라고 했다.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많은 변수와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올해 부동산시장에서는 보다 꼼꼼하게 살피고,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

◇ 고민은 지속되는 전세난, ‘집 사야 하나?’

문제는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약이 종료돼도 대부분 이동하지 않고 재계약을 하는 상황이어서 기존 도심에서 전세물건이 잘 나오지 않는다. 신규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전세물건이 출시되겠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봄 이사철 전월세 수요가 이동하면서 물건부족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경기 지역이나 지방 입주시장의 전세난은 부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서울 등 도심 주거지역의 전세부족은 풀리기 어렵다. 재건축, 재개발 등 주택이 멸실되고 이주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은 더욱 그렇다. 전세가격은 오르고, 월세전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집을 사야 하는 것인가? 특히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당장 거주문제에 직면한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많다. 전세계약이 종료되면서 집주인은 월세 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다른 전세를 찾기도 어렵고, 월세로 갈아타느니 ‘차라리 집을 사야 하나’ 고민에 빠진 세입자가 많다.

까다로워진 대출심사와 상환조건에 대응할 수 있다면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전세난과 주거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내집마련을 검토하되, 주택시장 전반의 부정적인 변수에는 촉각을 세워야 한다. 대내외 경제상황은 여전히 불안하고 대출규제와 금리변동성은 부동산시장의 악재임에 틀림없다. 늘어난 주택공급량은 내후년까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설 연휴 뒤, 2~3월 봄 분양 이어져

한편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신규분양시장에 대한 수요 관심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1순위 청약통장 보유자가 많은 데다가 2~3월 봄 분양시장의 공급계획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2월부터 3월까지 조사된 분양계획물량은 전국적으로 6만 4166가구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2배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서울 6845가구 ▲경기 3만2554가구 ▲인천 3328가구 등 수도권 공급계획이 많다. ▲부산(3676가구) ▲대구(1737가구) 등지의 분양계획물량이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눈길을 끄는 수도권의 재건축, 재개발 단지도 많다.

경기 광주와 용인, 평택 지역에선 신흥 역세권을 중심으로 분양을 준비하는 곳들이 눈에 띈다. 동탄2지구와 김포한강 등 신도시의 후속 분양계획도 있고, 부산 해운대와 세종시를 시작으로 지방 혁신도시와 신흥 역세권 주변의 분양계획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주택공급 과잉우려가 누적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태다. 신규분양시장의 청약열기도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전망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 미분양주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고, 집단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분양일정에 차질을 빚거나 중도금대출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곳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올 봄 분양시장에 뛰어들려면 좀더 신중해야 한다. 입지와 분양가격에 따라 청약결과가 양극화 될 전망이다.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역세권이나 상업시설이 가까운 곳, 인구가 유입되는 도시를 우선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부동산경기가 둔화되면서 분양시장이 조정을 받더라도 실수요층이 두터운 곳이라면 타격이 덜할 것이다.

‘될성부른’ 단지에만 청약통장을 사용하고, 계약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청약경쟁률이 높더라도, 반드시 높은 계약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신규분양시장에는 여전히 단기 투자자가 적지 않고, 올해 시장에 출시될 분양권 매물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실거주와 중장기 보유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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