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력이 국제 원유시장에서도 통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또다시 트위터 단 하나로 전세계 원유시장에 막대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트럼프가 트위터로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 1000만~1500만배럴의 감산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셰일까지 글로벌 감산 공조에 가세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원유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사우디, 러시아, 미국이라는 삼각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물리치기 위해 잠시라도 한 배를 탈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유가를 20% 넘게 끌어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의 경제활동이 거의 마비됐다. 원유수요가 일평균 3000만배럴 증발했는데, 생산을 최대 1500만배럴 줄여도 유가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비관론은 여전하다.

◇"러시아-사우디 최대 1500만배럴 감산"

대규모 감산 가능성에 유가는 폭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5% 앙등해 배럴당 25달러로 체결됐다. 브렌트유도 18% 폭등한 배럴당 29.14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대규모 감산을 사우디가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사우디 국영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동맹의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주도의 비OPEC 회원국들이 모여 감산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셰일혁명의 전초기지 격인 텍사스주(州)가 이러한 감산에 동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텍사스철도위원회(TRC)의 라이언 시튼 위원장은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과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TRC는 텍사스주의 산유량을 관리하는 기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셰브런, 엑손모빌을 비롯한 미국의 7대 석유메이저 최고경영자(CEO)들과 백악관에서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가 이 자리에서 미국 석유업계의 감산 동참을 설득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식 뉴딜 실현 불능

하지만 트럼트식 뉴딜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불신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사우디와 러시아를 감산 협상장으로 불러 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민영 통신사 인테르팍스에 러시아와 사우디 정상간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트럼트의 트위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내 친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얘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밀어 부치는 막대한 규모의 감산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유가 폭락의 단초를 제공한 러시아는 지난달 초 사우디가 일평균 150만배럴을 감산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할 수 있는 최대는 일평균 350만배럴이다. 최대로 줄여도 트럼프가 언급한 1000만~1500만배럴에 한참 못 미친다. 

그렇다면 나머지 감산분을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산유국들이 책임져야 하는데 이러한 전방위적 공조는 일어난 전례가 없다.

또, 사우디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뿐 아니라 OPEC 비회원국인 브라질, 캐나다, 카자흐스탄, 노르웨이, 멕시코, 아제르바이젠까지 모두 설득해 감산해도 붕괴된 수요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이달과 내달 글로벌 원유 수요는 일평균 3000만배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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