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의 원유 저장고[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와 무한 증산경쟁이 마이너스(-) 유가라는 기현상을 새로운 정상(뉴노멀)으로 만들 태세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코로나로 인해 수요는 말라 붙고 공급은 넘쳐나 저장고가 부족해지면서다.

석유업체 입장에서는 차라리 돈을 주고 재고를 털어내는 편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바닥나면 선물시장의 유가도 조만간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수요 증발에 재고 급증...저장비용 급등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달 중순 인도분 '와이오밍산 아스팔트용 석유'가 배럴당 -19센트에 낙찰됐다. 일부 원유 현물을 팔려면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넘치는 재고로 저장고가 부족해지고 관련 비용이 급증하면서 돈을 주고서라도 재고를 털어 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저장고가 몇 주 안에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브자르네 쉴드롭 SEB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할 때마다 손실을 내고 있다"며 "그렇게 만들어낸 석유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다"고 말했다. 

쉴드롭 애널리스트는 "내륙에 묶인 현지의 원유 가격은 매우 빠르게 제로(0)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며 "생산업체들이 유전을 폐쇄하기 전까지 뽑아 놓은 원유를 어디론가 옮기거나 저장하려면 돈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충격에 운송네트워크 마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코로나19 충격이 "유가에 극단적으로 부정적"이라며 "일부 내륙에 묶인 원유의 경우 가격이 음(-)의 영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에 따르면 전 세계에 남은 저장고 용량은 10억배럴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운송 네트워크까지 마비되면서 내륙의 원유가 오도가도 못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유전을 폐쇄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생산업체들은 돈을 주고서라도 누군가에게 재고를 털어내야 한다고 골드만은 지적했다. 

따라서 브렌트유처럼 해상에서 나오는 원유는 서부텍사스원유(WTI)에 비해 코로나19 충격을 더 잘 견뎌낼 수 있다. 실제 브렌트유 선물은 WTI 선물에 비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몇 주 안에 저장용량 한계

전 세계 원유 저장고는 몇 주 안에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최신 보고서에서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통적인 유조선 탱크 여분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전통적 산유국들이 유가인하 전쟁을 중단하고 감산으로 돌아가도 원유 저장고는 올여름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유라시아그룹은 예상했다. 

OPEC이 감산하더라도 이미 시장에 넘쳐나는 공급 과잉을 흡수할 수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도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기도 힘들다는 관측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순간 사라지기보다 그 규모와 정도를 달리해 일상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전 세계 원유저장고 여분이 올 3분기 초가 되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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