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 가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 들어 3개월 만에 반토막이 나며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20달러 마저 내줬다. 산유국들이 무한증산 경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3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협할 뿐 아니라 석유처럼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을 정조준해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폐쇄가 잇따르며 글로벌 총생산(GDP)의 92%가 사실상 일시 정지됐다. 이러한 폐쇄는 에너지 산업과 시장 전반을 완전히 바꾸며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골드만은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충격은 유가에 "극단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골드만은 이번주에만 원유 수요가 일평균 2600만배럴 감소해 총수요 증가분의 25%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 벌이는 유가 전쟁 에 따른 공급 증가와 무관하게 코로나 자체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도 유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골드만은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유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와 미국이 연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로 인해 지난주 유가는 사흘 연속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합도 코로나 수요 급감을 상쇄할 수 없다는 것이 골드만의 지적이다. 골드만은 "코로나발 수요 충격이 너무 크다"며 "당장 과잉공급을 멈출 정책은 없다"고 경고했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코로나 위기는 에너지 산업에 그토록 필요했던 재구조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골드만은 내다봤다. 자동차, 항공, 크루즈선 등 탄소배출 산업 전반에 폐쇄가 잇따르며 올가을 미세먼지가 줄어 드는 순기능도 있다고 골드만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