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했다. 서명과 동시에 발효된 법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를 동원하게 된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부양책이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법안은 25일 밤 상원에 이어 이날 낮 하원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 손에 넘어왔다. 그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지 2시간 반 만에 서명을 통해 법안을 발효시켰다. 상황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히 필요한 구호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법안이) 기업과 개인에게 긴급히 필요한 구제책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늘 우리 모두는 우리나라가 역사적인 규모의 경제·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최종 법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미국 의회는 이미 83억달러, 1000억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을 승인했다. 이번 지원책은 세 번째로 마련된 법안이다.

◇사상 최대 부양책...기업·가계 직접 지원에 초점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이번 대규모 부양 패키지 규모를 1조달러쯤으로 추진했다. 미국 경제가 올 2분기에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규모가 2배로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재정부양 규모인 7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강력한 대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4조달러 규모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유동성 공급책을 포함하면 이번 경기대책 효과가 6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기업과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게 골자다.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 주력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된다.

주요 내용으로는 자금난에 처한 기업 대출(5000억달러)을 비롯해 중소기업 구제(3670억달러), 실업수당 등 실업보험 혜택 확대(2500억달러), 개인과 가족에 대한 현금 지급(2500억달러), 주·지방정부 지원(1500억달러), 병원 등 의료시설 지원(1300억달러) 등이다.

가계에 대한 현금 지급의 경우 성인에 최대 1200달러를 지급한다. 어린이도 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연봉이 7만5000달러 이상인 개인에게는 지급액을 축소하고, 연봉이 9만9000달러 이상이면 지급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므누신 "3개월 승부"...'V'자 경기회복 가능할까

경기부양책은 보통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 프로젝트로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게 목표인 경우가 많다. 이번 대책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경제활동을 멈춰 세운 탓이다. 재정지출의 수요와 공급이 평소처럼 맞물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이번 대책에 대해 "3개월간의 승부"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단기적이라고 보고, 신속하게 대응해 장기적인 경기악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경기를 되살려 'V'자 회복을 이루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다. 

월가에서도 코로나19 확산만 진정되면 하반기 경기 급반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2분기에 24% 역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면 성장세가 급격히 회복돼 3분기에는 성장률 12%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더 조바심을 냈다. 그는 최근 한 회견에서 부활절(4월 12일)까지 경제활동이 정상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침없다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10만717명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미국 내 확진자는 1만명을 넘긴 지 8일 만에 10배, 불과 사흘 만에 2배로 늘었다. 미국은 전날 발원지인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우려가 더 부각되면서 경기부양 기대감에 반등했던 주요 지수가 일제히 3~4% 내렸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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